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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Nov 29. 2015

경찰서에 가다

사진을 찍은 것 뿐인데

계획된 도시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특히 파리나 바르셀로나가 그렇다. 그 아름다움은 대칭과 반복에서 오는데, 마치 음악을 듣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겔마Guelma 시내가 그랬다. 프랑스 식민시절에 지어진 도심으로 보이는데, 여타 도시에 비해 넉넉한 가로가 인상적이었다. 그처럼 폭이 넓은 길에는 가로수, 벤치 등이 여유롭게 놓여질 수 있어 결국 직간접적으로 시민들이 혜택을 많이 받게 된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먼 발치에서 경찰이 다가왔다. 내가 누군지 묻고 왜 사진을 찍었느냐는 그의 물음. 나는 보다시피 거리를 찍은 것 뿐이라고 대답했다. 잠깐 경찰서로 가자는 그의 말에 별 수 없이 그를 따라갔다. 


경찰서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여자 상관이 있고 그 주변에 부하 직원이 여럿 있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경찰관의 말. 나는 의자에 앉아 건물 내부를 꼼꼼히 뜯어보았다. 책상의 재질과 구조까지 파악했을 무렵에야 그녀는 나를 불렀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사진을 찍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알제리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긴 했다. 그녀가 다른 질문을 한다. 

"근데 여기는 혼자서 왔나요?"


아, 나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당시는 알제리 전역에서 외국인이 도Wilaya의 경계를 마음대로 넘어다닐 수 없도록 철저하게 단속하던 때였기 때문이었다. 

"알제리 친구와 같이 이 곳에 왔습니다."


나의 억지 미소가 가시기 전에 그녀는 다시 묻는다.

"이제 알제로 어떻게 돌아가실 건가요?"


그 질문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만약 내가 알제리 친구와 돌아가겠다고 말을 한다면, 가상의 존재인 알제리 친구를 이 곳으로 부를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혼자서 돌아가겠다고 하면, 그것도 안될 일. 머릿 속이 복잡해지던 때, 나를 경찰서로 데리고 온 경찰관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랍어로 자신들끼리만 이야기가 진행됐다. 눈치를 보니 이 한국인 친구를 그냥 보내주자는 것 같다.


경찰서에 나오면서 그가 내게 말한다. "미안해요. 잠깐이라고 했는데 너무 오래 시간을 뺏었군요." 그러면서 쵸코바를 하나 건넨다. 살다보니 경찰관에게 쵸코바를 받는 일도 다 있구나 싶었다.


나는 정문을 빠져나와, 멀지 않은 온천을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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