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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03. 2015

고기를 잡으러 사막에 갈까나~

모함메드와 라흐센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생각했지만 결국 그것은 기우였다. 나중에는 식사 장소에 황급히 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선 물이 흐르는 곳에 가까이 다가갔다. 습지라기보다 계곡에 가까운 곳이었는데, 나는 물길을 따라 하류 방향으로 쭉 걷기로 마음먹었다. 걷는 도중에 작고 큰 동물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나있는 곳이 많아, 나는 살짝 긴장했다. 그러나 큰 발자국은 대부분 굽이 달린 동물의 것이라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생 낙타가 과연 사람을 공격할까 안 할까를 잠시 고민해봤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 결론지었다. 


오래전에 화산이 분출했던 지역이라서 돌들은 전반적으로 까맣고, 돌 틈에는 화산재와 같은 작은 직경의 모래가 쌓여있었다. 그 화산암 사이를 물은 흘러 물길을 만들었다. 때로는 작은 폭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또 어느 곳에 이르러서는 물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커다란 암석 위에 무언가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덩치가 큰 새가 죽어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시체가 썩어 부패한 냄새를 풍겼겠지만, 녀석은 바짝 말라 있었다. 근데 이 녀석은 무얼 먹으려고 했던 거지? 물웅덩이가 있으니까 혹시 물고기를 먹으려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렸다. 왼발을 물에 집어넣는데, 물이 많이 차가웠다. 나머지 발마저 물 속에 집어넣고, 조심스레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동요를 부르다가 이내 바다라는 단어 대신 사막을 바꿔 넣어 노래를 불렀다. 바닥은 생각보다 미끌거렸으나, 다행히 물이 많이 깊지는 않았다. 


예상대로 물고기가 있었다. 송사리와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이뤄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내가 움직이면서 흙탕물이 일어 녀석들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떤 종류의 물고기들이 사는지 궁금해서, 물고기를 잡아보기로 했다. 


물이 맑아지는 것을 기다려 손을 집어넣고 천천히 막힌 길로 유도했다. 내 손위에 녀석들이 올라서면 갑자기 수면 위로 확! 퍼올리고자 했다. 그런 다음 나는 녀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물로 돌려보낼 것이다, 그리고 생태전문가에게 동정을 부탁하면 그들은 신나게 조사를 해줄  것이다,라는 나의 계획은 그저 상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물고기들은 나의 전략에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 그물망을 가져왔어야 했을까.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기다. 


사막에 가는데 그물망을 어깨에 짊어지다니, 이제껏 상상해본 적조차 없었다!


사하라에도 물고기는 있다 (원 안은 물고기가 찍힌 부분을 확대한 것임)


물웅덩이에 나와서 한참을 계속해서 걸었다.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에 계속해서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정된 시간에 늦었고, 나중에는 거의 뛰다시피 해서 원래의 장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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