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덜커덩거리던 차가 비로소 어떤 단층 건물 옆에 멈췄다. 숙소 간판에는 피난처라는 이름이 쓰여있는데, 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짐을 부리고 나서 숙소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된 것들이 가득하고, 먼지와 드나드는 사람들로 인해 실내 공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추울 것 같아 옷을 두텁게 입고 숙소에 나섰다. 우리는 산 위에 올라간 후 가만히 앉아 일몰을 바라볼 것이다. 아니, 포도주를 기울일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길의 상태가 좋은 우회도로가 있었는데, 우리는 다소 위험한 구간으로 올라갔다. 암산 위쪽에서부터 막 떨어져 나온, 커다랗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돌들이 위협하는 곳이었다.
오르는 동안 저 멀리 쌍봉 형태의 암산이 보인다. 타만라셋 지역의 대표적인 상징을 보니, 다시금 내가 어디에 와있는 건지 되새김질하며 다시 한 번 기뻐했다. 얼마나 애타게 오고 싶어 했던 곳인가. 감격스러운 마음에 산을 오르는 것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 100m쯤 올랐을까 산의 정상에 도달했다. 그 정도만 올랐기 때문에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 이다. 실제 해발고도는 2,780 미터이지만, 대부분은 차를 통해 올라왔었기 때문에 별로 높은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샤를 드 푸코 신부의 처소에 가까이 다가가니 건물 안에서 수도사로 보이시는 분이 나와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제 우리는 가톨릭의 성지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