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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07. 2015

아세크렘에서의 일몰

넓적한 돌을 찾아와 그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포도주를 하나 꺼내놓고, 이제 지는 해를 바라볼 준비를 마쳤다. 산의 정상이라 아무래도 바람이 셌으나, 포도주 한 잔을 먹으니 몸이 좀 덥혀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제리산 포도주의 이름은 모니카 Monica. 성 어거스틴 혹은 성 아우구스티누스라 불리는 가톨릭 신학자의 어머니다. 성 어거스틴이 다른 종교를 믿고 있을 때 절교 선언을 했다는데, 우리 엄마는 내가 오랫동안 다니던 성당을 나가지 않을 때  별말씀하지는 않으셨다. 


포도주를 가져갈 때는 따개도 함께 챙겨야 한다. 지난 여행에서의 아픈 교훈.


구름이 낀 날씨라서 어느 순간 저물어가던 해가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해가 완전히 산 뒤로 넘어간 뒤에도 주위는 한동안 밝았다. 나는 조금 더 머물러 있고 싶었다. 숙소로 되돌아가도 특별히 할 일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포도주는 꽤 남아있었으나, 더는 먹지 않았다. 취한 채로 산을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주위가 상당히 어두워진 다음에서야 발걸음을 뗐다. 올라왔던 길과 다른 도로 상태가 좋은 길로 내려갔다. 고요하고 어두운 길. 노래라도 부르고 싶었으나, 사방에 울려퍼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해는 지고 달이 보인다. 이제 얼른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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