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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07. 2015

알제리 관광의 문제는 말이야

숙소에 돌아왔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물티슈로 대충 얼굴만 훔치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쿠스쿠스 Couscous. 뽀얀 살결의 색을 지닌 알갱이에, 진한 국물을 부었다. 잘 익혀진 야채와 고깃덩어리를 숟가락으로 잘라내 입에 넣는데, 알제에서 먹던 맛보다 더 맛있다. MSG를 넣은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다가,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숙소 안의 식사 공간 한 편에서 어떤 이가 차를 준비한다. 주전자에 차를 끓인 다음, 설탕을 넣고(매우 많이 넣는다) 주전자를 바꿔가며 설탕과 찻물이 섞이도록 만든다. 나라면 숟가락으로 휘이 저을 것 같은데, 뭔가 하나의 예식을 치르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그 행위를 계속했다.


차를 마시면서 자연스레 그 안에 있던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제는 관광. 나는 알제리의 관광인프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남부 지역은 특히 열악하다는 얘기를 했다. 거기까지만 말했으면 됐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 이야기에 집중해버려서 실수를 했다. 알제리 북부와 남부에 대한 투자에 대한 차별을 언급했고, 결국은 많은 문제가 정치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불쾌한 표정을 짓는 일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알제리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그들이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 곳을 빠져나와 침실로 향했고 곧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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