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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09. 2015

알제리 여행의 1차 목표를 이루다

이제는 덜 알려진 곳으로, 혹은 좀 더 깊게 바라보자

알제리와 인연을 맺고는 다음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을 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어로 된 자료가 잘 없어서 주로 프랑스인이 정한 관광지를 위주로 목록을 짰는데,  머릿속에서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지워가는 재미는 상당히 쏠쏠했다. 지도를 보면서 새롭게 장소를 추가하기도 했는데, 여행한 장소가 지도 한쪽으로 너무 쏠린 건 아닌가란 생각 때문이었다. 


나의 1차 목표를 다 이룬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다. 이제는 덜 알려진 곳을 방문하거나 가봤던 곳을 좀 더 깊게 보자는 2차 목표가 새롭게 설정됐지만, 뭔가 목표를 상실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몇 년 동안이나 나는 내 목표를 이루기를 갈구했던가. 자면서도 때로 못 가본 곳을 여행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이 기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짐을 꾸릴 것이고,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힘이 남아있지 않을만큼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내 목표에는 UNESCO 지정 유산 7곳이 들어있었는데, 한 번은 어느 한국인이 거의 다 가봤다는 얘기를 듣고서 묘한 경쟁심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타만라셋에 다른 한국인이 20년 전에 방문했다는 얘기를 듣고 경외심이 일었던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 그런 일들은 모두 지난 일이 되었다.

 

한편 현지인들은 국내 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제적인, 혹은 문화적인 이유 등이 있을 것이다. 때로 그들은 내게 그들 자신의 나라에 대해 묻기도 한다. 내가 그들이 모르는 지역에 대해 얘기하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건 어찌보면 슬픈 일이다. 좁은 생활 반경 속에서 그들의 일상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연히 꺼낸 책에서 오래전 내가 탄자니아 편의 책 귀퉁이를 접어놓은 것을 발견했다. 어쩌면 이제는 블랙 아프리카에 도전할 때인가 생각을 아주 조금 했다.

알제리 내 여행한 장소를 주요 도시 위주로 표시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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