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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12. 2015

춤을 추다, 연장되는 나의 삶을 축하하며

로봇청소기가 고장 났던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은 내게 시련이었다. 바닥에 쌓인 푸석푸석한 먼지 위를 지나다니면서, 나는 어쩌면 이 먼지들로 인해 나의 남은 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그만큼 나는 게으르며, 특히 바닥청소를 싫어한다. 


청소기에 전원을 켜고 작동을 시키면, 녀석은 앞으로 나가지 않거나 설사 앞으로 가더라도 자꾸  한쪽으로 방향을 트는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계속 애꿎은 제조사만 탓하고 있었는데(이 자리를 빌어 공식적으로 사과드립니다), 우연히 리모컨에 '스마트 진단' 버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걸 누르자, 녀석은 한바퀴를 돌더니 좌우측 센서 창을 닦아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뾰족한 솔을 얼른 가져와 센서 창을 닦자, 바로 작동이 됐다.


나는 춤을 추었다. 연장되는 나의 삶을 축하하며. 또한 청결하고 기분 좋게 이어질 나의 미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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