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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12. 2015

어린왕자가 말한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감춰진 우물이 왜 아름답다는 거지

동화 <어린왕자>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우선 사막에서 물을 감춰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막 지표면에 물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세계에서 증발량이 높기로 유명한 사하라에서 아마 그 물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일리지 Illizi 주와 같은 곳에서는 상당한 유량의 하천이 지표면 위에 흐르기도 하지만, 사하라 대부분에서는 설사 오아시스 도시 안에서조차 물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주변에 물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의 방법은 식물의 존재 유무이다. 사방이 다 건조하고 황폐한 땅인데 희한하게 녹색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면, 그 밑에는 아마도 물이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하라의 이곳저곳은 지표면 아래에는 대수층이 흐르는 경우가 꽤 있다.


감췄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논리는 쉽게 이해되는 말은 아니다. 물에 대한 갈구 혹은 기다림, 갈증이 주는 고통 등에서 벗어나는 순간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식물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을 감추고 있는 곳에 자라나는 싱싱한 식물들 말이다.


열악하고 거친 대지에서 힘겹게 피워낸 식물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단지 그 강인함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하라 식물들들이 가진 자체의 아름다움만 보더라도, 다른 지역의 식물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기하학적인 형태가 반복되는 다육식물에서부터, 롤랑 바르트가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 일컬었던 대추야자나무까지 사하라의 예쁜 자식들은 어머니의 이곳저곳을 수놓고 있다.


사막에서 식물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우물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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