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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Dec 15. 2015

알제에서 버스 타기

알제리 서민의 삶을 엿보다

알제리의 버스비는 일반적으로 20~30 da (약 200~300원)이다. 환승을 했다고 해서 가격이 할인되지도 않고, 교통카드는 없다.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또 언제 출발할지에 대해서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버스는 대개 오래되고 낡아서, 혹시 가다가 멈춰 서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버스가 출발하고 나면 버스 승무원(이 단어를 쓰게 될 줄이야)이 버스 안을 돌아다니며 동전으로 짤랑짤랑 소리를 내는데, 그가 가까이 왔을 때 준비한 돈을 내면 된다. 만원 버스에서도 그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며 자신의 일을 한다. 


이제껏 알제리에 있는 동안 나는 버스를 탄 적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택시를 타며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버스를 타기가 솔직히 두려웠다. 차가 고장 난 상태이고 또한 비용을 아껴야 하는 지금의 입장에서는, 버스 이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게 됐다. 집주인의 차를 얻어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럴 수도 없다.


버스를 여러 번 타다 보니 긴장은 별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백팩을 벗어 다리 사이에 넣고, 창 밖을 보는 척하며 주변 사람들을 살피기도 한다. 대부분 수상한 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멍하니 앞을 응시하는 할아버지에서부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저씨, 수다에 여념 없는 아가씨들까지 내 눈에는 그저 일상의 사람들이 주로 보일 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업무중심지역인 H를 가려면, 버스를 2번 갈아타야만 한다. 첫 번째 내리는 곳에서는 다음 버스 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고,  마지막 버스를 내리는 곳에서 내 사무실까지 또 한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꽤나 많은 시간과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출근하기 시작한 후부터, 알제리 서민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무실에 일할 사람을 구하려고 채용공고를 냈다. 그와는 별개로, 전부터  눈여겨보던 현지인에게 나와 같이 일할 생각이 없는지 의향을 물었는데, 그중 두 사람의 대답이 다음과 같았다. 버스 교통편이 너무 불편해서 같이 일할 수 없겠다고. 나는 잘 알겠으며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라고 대답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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