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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랑제 Jan 16. 2016

'화가와 정원사'를 떠올리다

집주인과의 정원 산책

오랜만에 정원을 산책했다. 어느새 포도넝쿨에는 잎사귀가 많이 남아있지 않았고, 담을 따라 길게 심긴 포플러 나무(?)의 잎은 여전히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었다. 


집주인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미모사가 피워낸 풍성한 노란 꽃을 가리키며, 대문 푯말에 있는 '미모사'란 이름이 저 나무 때문일 것 같다는 얘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한겨울인데 너무도 따스한 날씨에 노란 꽃이 활짝 피어있다는 사실이, 한국인인 내게는 그저 놀라운 일이다. 


함께 정원을 거닐자, 그가 열심히 나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무슨 나무이며, 어디에서 들여왔다는 그의 얘기는 여러 번 들어도 매번 새롭다. 내가 한사코 사양하는데도 그는 레몬와 고추를 따서 내 손에 들려준다.


한국 야채를 심을만한 공간을 내어줄 수 있냐는 내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는 그. 나는 그와 함께 있으면 책 '화가와 정원사'가 생각난다. 그는 정원사가 맞는데(비록 전문 정원사는 아니지만) 나는 화가가 아니다. 아니, 아마추어 화가 정도는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올해 알제리에서 미술 전시회를 해볼 나의 계획이 예상대로 진행이 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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