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름휴가

by 이방인 B


프랑스에서 처음 여름을 보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는 사실이었다.


택배도 멈추고, 미용실도 멈추고, 심지어 병원 예약도 닫혔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휴가니까요"라는 말이 너무 당연하게 들려왔다.

처음엔 조금은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왜 모든 게 동시에 쉬는 거지?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곧, 질문으로 바뀌었다.

‘나는 왜 멈추는 게 이렇게 불안했을까?’


한국에서의 여름은 늘 분주한 계절이었다.

폭염 속에서도 일하고, 휴가도 짧고 밀도 있게 보내야만 했다.

가만히 누워 있기보다는 어딘가를 가야 할 것 같았고,

쉬고 나서도 뭘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느낌.


프랑스의 여름휴가는 달랐다.

그들은 그냥 쉰다.

정확히는, 회복을 위한 멈춤이라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실천한다.


누구도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메일 답장이 느려도, 다들 이해한다.

휴가 중이라는 이유 하나로,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브런치 금요일 글 #3 프랑스의 여름휴가 2.jpg


나는 그 여름, 생전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2주를 보냈다.

쫓기지 않았고, 뭔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처음엔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 감정도 4일쯤 지나니 사라졌다.


오히려 그 멈춤 덕분에,

내 안에 있던 작은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밀어둔 감정들, 생각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어쩌면 진짜 여름휴가는

파도소리 대신, 내 안의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멈춘다는 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멈춘다는 건, 다시 나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여러분은 이 여름에, 정말 멈추어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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