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선포의 날

찌질한 백수의 사회생활

by 이정훈

어제 날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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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파산하고 말았어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어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렇게 많이 걸려오던 전화들이

거짓말처럼 단 한 통화도 울리지 않는 거야

AI시대를 이런 일에서 느끼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

공식적인 파산 선고식이나

꽃다발 증정 같은 절차는 당연히 생략 됐지

그냥 침대에 누워

더 이상 사용 할 수 없는 카드들을 꺼내 놓고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게 됐어

그래도

한 때는 나도 자본주의 세계에서 잘 나가던

모범 시민이었다고

어쩌면 아직도

그런 생활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그리도 한편으론

뭐 이딴 카드쯤이야 하고...

거울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나더라고

강아지가 추근 하게 올려 보며 한마디 하더군

찌질한 인간...


우울한 하늘에 파란 구름이 둥실

그나마 갈 곳 없는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고

살~랑

이젠 어쩌나...

한숨만...

머리도 아프고 더 깊은 생각은 금물

뭔가 바뀌기는 하겠지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아니 어쩌면 남들보다

더 피나게 열심히 살았는데

단지 기회가 없었고

단지 기회조차 만들 수 없었고

단지 아는 사람도

단지 어디에 부탁해 볼 곳도 없었다는...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나 봐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어린 나에게 너무 미안할 정도로 살지 말라고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

구름 가듯 가다 보면

혹시 아냐고...

그런 게 인생이고

그런 게 사는 거라고...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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