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공유 오피스, 도서관
백수의 하루는 어디서 시간을 보낼지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집에만 있자니 그렇고
밖에 나가자니 돈이 필요하다.
돈 안 쓰고, 눈치 안 보이고,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 곳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공간을 찾아 오늘도 백수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백수들의 메카는 단연코 카페다.
카페는 백수 생태계의 중심이다.
그중 제일은 스벅이다.
품격 있는 공간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자존감까지...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4,700원
그란데 5,300원, 벤티 사이즈는 6,100원이다.
4시간은 버틸 수 있다.
시간당 1,125원 꼴이다.
찜질방보다 싸다.
에어컨도 빵빵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심지어 WiFi까지 터진다.
완벽한 공간이다.
단,
노트북을 펼쳐놓고 뭔가 열심히 심히 몰두하는 척을 해야 한다.
자리에 앉아서 폰만 보고 4시간을 때우는 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눈치 보이는 짓이다.
키보드를 두들겨야 한다.
그것도 멋진 사과가 새겨진 노트북이면 효과 만점이다.
그리고 가끔은 일에 대한 심한 압박을 표정으로 표출해야 한다.
주변의 시선이 중요하다.
‘저 사람 뭔가 중요한 일 하는 것 같은데?’
비록 넷플릭스를 보거나, SNS를 스크롤하거나,
구글에 30대 백수의 현실을 검색하고 있을 지라도...
카페 백수들의 최대 딜레마는 생리 현상이다.
화장실, 담배 그리고 가끔은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노트북을 두고 가자니 불안하고
들고 가자니 자리를 정리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자리 지킴이 아이템이 중요하다.
텀블러는 환경을 생각하는 뭔가 생각 있는 사람 느낌이다
이어폰, 책도 괜찮은 아이템이다.
뭔가 있어 보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 이미지다.
딱 5분 안에 생리 현상을 정리해야 한다.
공유 오피스는 백수계의 명품관이다.
공유 오피스로 출퇴는 하는 사람이 백수로 보일리는 없다.
적어도 스타트업 대표 혹은 프리랜서 혹은 재택 워커처럼 보인다.
공유 오피스에서 나누는 인사는 짧을수록 좋다.
‘무슨 일 하세요?’
‘아, 저는 콘텐츠 쪽 일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기반으로 움직이죠’
구체적인 정보를 줄 필요는 없다.
애매할수록 있어 보인다.
공유 오피스는 계약을 하기 전 1일 무료 체험을 제공한다.
강남, 홍대, 여의도 장소도 훌륭하다.
월요일 - 위워크 강남
화요일 - 패스트파이브 홍대
수요일 - 스파크플러스 신촌
목요일 – 디캠프
금요일 - 집
무료 커피는 기본이고 과자랑 라면까지 공짜다.
점심 해결하고, 커피 두 잔 마시고
과자 챙겨서 나오면 그날 하루 식비 절약은 완료다.
공유 오피스엔 꿀팁도 있다.
‘화상 회의 있요’
회의실을 예약하고 혼자 들어간다.
1시간은 거뜬히 혼자 보낼 수 있다.
조용하고, 에어컨 빵빵하고, 아무도 안 보는 공간. 천국이 따로 없다.
알람은 필수다.
자다가 다음 예약자 들어오면 인생 최대의 굴욕을 맛볼 수도 있다.
그리고
백수들의 최후 보루는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말 그대로 정부가 제공한 백수들의 공식 지정석이다.
대학교에서 공부만 하나?
아니다. 다양한 캠퍼스 활동이 이루어진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요즘 도서관은 빵빵한 문화시설의 허브가 아닌가.
모든 것이 공짜다.
에어컨 빵빵, WiFi 빵빵, 화장실 깨끗, 자리도 개 넓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책 한 권만 펼쳐 놓으면
백수들은 환골탈태 모범생이다.
도서관은 백수들의 최후의 보루이자
가장 안전한 공간이다.
하지만 도서관에도 룰이 있다.
소리 내지 말 것
기침 소리도 참을 것
재채기도 테러다.
키보드 소리마저 민폐다.
냄새도 조심해야 한다.
도시락 냄새 풍기면 모두의 적이 된다.
자리 맡아놓고 사라지지 말 것
30분 이상 비우면 자리 정리 당한다.
낮잠 자다 걸리지 말 것
코 골면
사서 아주머니의 무서운 손길이 어깨를 두드린다.
도서관에는 터줏대감 백수들도 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그들에겐 할당된 자기 자리가 있다.
누구도 탐내선 안 되는 암묵적인 영역표시가 되어 있다.
‘여기 내 자리야...’
사서도 알고 경비도 알고
심지어 가끔씩 엄마 손 잡고
도서관 무한질주 하는 아이들도 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느껴진다.
공기가 다르다.
신참 백수들은 조용히 구석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도서관의 맹점은 이용객이 많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 자리씩 차지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선점이 필요하다.
백수들에게 부지런함은 최고의 허들이다.
한 달에 한번 있는 휴관일 계산도 잘해야 한다.
출근했는데 도서관 문이 닫혀 있으면
그날은 운수 사나운 날이다.
카페든, 공유 오피스든, 도서관이든.
백수가 밖에서 버티는 이유는 하나다.
나 놀고 있는 거 아니다.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노트북 펼쳐놓고, 책 쌓아놓고, 진지한 표정 짓고.
누가 봐도 뭔가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뭘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오해한다.
백수가 하루 3끼 밥 먹고 숨만 쉴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백수도 공간이 필요하다.
집에만 있으면 진짜 백수가 되지만
밖에 나가면 프리랜서도 되고 사업가도 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백수들이
카페에서 공유 오피스에서 도서관에서
열심히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런 생존 전략은 사실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생존 전략이란 것이 있는 것이다.
어는 잘난 인간이
다른 사람의 생존 전략을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정부의 많은 사업들이
백수 아닌 백수들을 사용한 구상을 하고 있다.
창조도시가 그렇고 문화도시가 그렇고 디자인 서울이 그렇다.
기타 많은 사업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백수들의 머리를 빌려 공짜로 사업을 해 보겠다는
발칙한 사고에서 발생한다.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사실은 일부 정치인들 행정가들
그리고 그에 부역하는 인간들의 파워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하드웨어적인 방법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들을 강구하자는 이야기이다.
그 소프트웨어의 핵심이 바로 예술가들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다.
현실은 다르다.
창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
소이 예술가란 백수들의 현실은 비참하다.
건축가
자신이 디자인 한 건물 준공식에도 초대받지 못한다.
공무원들 눈치 보고
시행자, 시공자 요구에 머리만 빠진다.
그림 그리는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블루칩 작가라 해서 수억 원씩 그림 팔리는 몇몇 빼고는
라면 먹고살기도 빠듯하다.
그림이 팔려도 정작 배부른 사람은 따로 있다.
그나마 작업실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글 쓰는 작가들이라 다르건 아니다.
정치와 야합 한 몇몇 빼고 출판사 찾아 출간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들
사실 한 달 월급 50만 원으로 열정페이 강요 당하던 분들 많다. (1)
관광과 문화란 단어가 부상하면
그 주축을 이루는 사람들은
사실 백수들이다.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만이
보고,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영역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어김없이
힘없는 예술가들과 시간
그리고 그들의 경쟁가치가 회자되곤 한다.
그렇게
이 사회는 백수들을 이용하고 활용하며
백수들의 삶을 말살하고 있다.
문화란 콘텐츠를 앵커시설로 활용하는 도시를 만들면서...
파주 출판도시
출판업자들의 산업도시이다.
유령 도시에 가깝다.
헤이리 마을
각종 공연시설과 전시시설들이 주축을 이룬 곳이다.
아이들 손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한적한 곳을 찾는 연인들이 가끔씩 찾아온다.
북촌
소이 한옥 마을이다.
관광객들의 눈요기가 된 거리다ᅠ
정작 가옥에 사는 사람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인사동 거리
문화와 전통이 살아있는 장소성을 운운한다.
상업적인 가게로 번거로울 뿐이다.
전국의 지방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지역문화와 축제
그 종류와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정말 많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생활과 건물의 배치가 이루어졌다.
교회가 있는 광장은 종교 도시가 아님에도
사람들의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시장이 되기도 하고 기도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장례식과 결혼 행렬이 오가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감싼 커피숍에는
많은 동네의 백수들이
엑스프레소의 여유 한잔을 즐긴다.
백수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도시에서
백수들의 설 자리는 없다.
우리에게 도시는 슬로건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학자나 도시 계회가의 마스터플랜 만으로
도시는 만들어질 수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된다.
사람들의 생활을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삶이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쉬어야 하고
누군가는 백수가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대신하여야 한다.
너무 쉽게 이용당하고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너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수많은 백수들의 삶과 환경이...
너무 아련하다.
1. 고용절벽에 직면한 청년에게 열정(熱情)을 부추기는 세태와 불안정한 일자리의 낮은 임금(pay)을 강요하는 노동착취의 현실을 비판하는 신조어가 열정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