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냥 버티는 것도 좋은 전략이니까요
부캐 전에 본캐
2021.8.15. 작년부터 쓰기 시작한 매거진이 이제 1년이 되어갑니다. 처음에 열심히 쓰다가 한동안 내버려 둔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시작의 열정은 항상 뜨겁습니다. 새로운 부서로 인사이동을 하면서 본캐도 부캐도 모두 잡아보겠다는 욕심으로 '본업'과 '직장'에 대한 글을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적었어요. 삶을 독서로 배운 습관대로, 일을 시작하면서 일과 관련된 책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짧은 경험으로는 어떤 분야든 20~30권 정도 책을 읽으면, 방향을 잡을 수 있고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마음으로 일잘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말이죠.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지금 책장 옆에 보이는 책의 제목만 적어보자면,
<일을 잘한다는 것> <프로페셔널의 조건> <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왜 일하는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한 장 보고서의 정석> <기획의 정석> <일의 격> <딥워크> <스워브> <7가지 보고의 원칙> 대충 적어도 10권이 넘어가네요.
열정은 벽에 부딪혀 빠르게 식습니다
일 년이 되기도 전에 본캐에 집중하겠다던 의욕 넘치던 다짐은 아이스크림보다도 더 쉽게 녹아내렸습니다. 계속되는 야근과 끝나지 않는 일 그리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깨달았습니다. 일은 의욕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실 부정, 회피 그리고 포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마음속에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무리한 일을 주는 현실이 잘못된 거니까...
열심히 해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이라면?
우직하게 열심히 하면 더 많은 일만 받는 현실!
뭐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있으니까
역시 본캐보다 부캐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일에 대한 글쓰기를 멈추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할 자신이 없는데, 일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니까요. 그리고 내 선택을 합리화했습니다. 마침 이런 고민을 하면서 <원씽>이라는 책을 펼쳤습니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서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두 마리 다 잡지 못하고 말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들에게 물어봅니다.
"아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아들은 담담하게 말합니다.
"두 마리 다 놓치겠죠."
아... 7살 아들도 아는 내용을 아직도 몰랐다니!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하나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말이죠. 그렇게 열탕과 냉탕을 오가며 1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포기하려는 순간 또 다른 책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조금 더 버텨보겠습니다
당신은 회사 업무를 한동안 문제없이 수행하지만, 결국 당신의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리는 일들이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공상에 잠기기 시작한다. 은퇴하여 열대의 섬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지만 돈이 없기에 꿈으로 그친다.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어떨까 생각하지만 그곳이라 해서 여기보다 상황이 나을 것 같지는 않다. 마침내 당신은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면 생활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상상하기 시작한다. 사업을 시작하면 바보 같은 상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음식 냄새를 풍기는 직원들을 뽑지 않을 수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멋있게 사무실을 장식할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은 사업가입니까> 282쪽.
<역행자>의 저자 자청님이 추천해준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생각보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회사 밖의 삶은 생각보다 아름답지도 여유롭지도 않다는 현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두려움과 힘듦으로 그저 현실을 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의 모드를 바꾸어 볼 생각입니다. '열심히 그리고 (가능하면) 완벽하게' 보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버티기'로 말이죠. 오래전 버티기를 하면서 배웠던 그 방법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최대한 생각은 줄이고 그저 오늘을 보면서 살아야 합니다. 제가 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또 글을 적어볼게요.
(잠들기 전, 30분 감성 글쓰기 그리고 함께 들은 음악)
세상을 바꾸겠다며
집을 나섰던 아이는
내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