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영화 <쇼생크 탈출>
넷플릭스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당분간 일주일에 하나씩 영화를 볼 기세입니다. <행복을 찾아서>의 여운이 마음 가득 남아있지만, 또 다른 영화를 보았습니다. 바로 <쇼생크 탈출>입니다.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포스터에서 보아온 그 영화입니다. 강렬한 이 장면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네요.
이제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이걸로 꼭 글을 써봐야겠다고요. 처음에는 ‘직장인이 부캐를 가져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을 생각했는데, 제 매거진의 <부캐 전에 본캐>라는 제목과 반대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부캐'를 가져야 한다니 이 무슨 뜬금없는 말일까요.
제목을 고민 끝에 변경했습니다. (바쁜) 우리가 (지금)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와 글쓰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짧은 글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강렬합니다. 잘 나가는 은행 부지점장이었던 ‘앤디(팀 로빈스, 주인공)’는 그의 부인과 내연남을 살해한 죄로 쇼생크라는 감옥에 가게 됩니다. 감옥이라는 곳이 지금도 끔찍하지만, 인권이 더 존중받지 못했던 과거에는 얼마나 더 처참했을까요? 구타는 기본이고 갖은 악행들이 등장합니다. 게다가 악질 교도관에 교도소 소장은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먼 사람이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살인도 쉽게 일어나는 곳입니다.
사회에서 잘 나가던 앤디는 적응을 못하고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 그를 처음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레드(모건 프리먼)’는 점점 앤디가 마음에 들기 시작합니다. 샌님인 줄만 알았던 그가 동료들을 챙기고, 똑똑한 머리로 죄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합니다. 6년에 걸친 편지로 도서관도 만들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도 만듭니다. 그곳에서 죄수들이 검정고시도 준비할 수 있게 해 주죠.
영화 이야기는 또 여기까지만.
이 이야기가 글쓰기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글쓰기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사실 영화에서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했지만, 교도소 대신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직장으로 바꾸어도 이야기가 이해가 됩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직장도 자주 바꾸고, 유튜버, 1인 기업가 등을 통해 평생직장의 개념은 많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안정'을 위해 '조직'이라는 특정한 테두리에 소속되어 살아가려고 노력하죠.
영화에서 교도소 안에 오랜 기간 수감된 장기수들은 오히려 석방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밖으로 나가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적응을 못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죄를 지어서라도 말이죠.
이 모습을 보며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평생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을 하고 퇴직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퇴직을 하면 나가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오히려 재미없다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퇴직하기 직전에 새로운 일이나 취미 생활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는 20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탈출을 위한 굴을 팠습니다. 작은 손도끼 하나로 말이죠.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바로 글쓰기가 생각났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작은 도구 하나로 20년을 꾸준히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운동, 음악 그리고 미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연필(지금은 키보드)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퇴근 후에 나만의 글을 적을 수 있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나 자신과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영화에서의 ‘앤디’처럼 나만의 직장 탈출 플랜을 세우기에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에세이의 한 문단을 인용하며 마무리합니다.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계속하지 피로에 지쳐버렸다고 해서는 긴 작품을 쓸 수 없다. 반년이나 1년이나 2년간 매일의 집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소설가에게는- 적어도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에게는-요구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