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봄맞이 운동이 실패하는 이유

by 송곳독서

조던 피터슨 교수님이 대문 사진의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실 것만 같다.

봄맞이 운동이 실패하는 이유는 순전히 당신이 나약해서죠.

4월 한 달 동안 조던 피터슨 교수님의 ⟪질서 너머⟫를 정말 열심히 읽었다. 열심히 읽었다는 것은 적어도 2번 이상 읽었다는 것이고, 책이 어려웠다는 말이다.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책 보다 서평을 쓰기도 어려웠다. 문득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건데, 산책을 하면서 숙고하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구차한 핑계를 대자면, 4월엔 유난히 출장과 여행이 많았다. 3주 동안 2번의 출장과 1번의 여행을 다녀왔다. 2번의 출장은 경상남도 진해와 경상북도 울릉(정말 그 울릉..?), 1번의 여행은 경주였다. 10시간 이상 KTX를 탔고, 10시간 이상 차를 운전했고, 10시간 이상 배를 탔다. 덕분에 나의 산책 시간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대신 그 시간을 채운건 잠과 책 그리고 오디오북이다.

IMG_4658.HEIC 해리포터의 한 장면 같았던 울릉도의 밤

잠과 책 그리고 오디오북

잠은 잘 수밖에 없었다고 또 핑계를 대본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에는 욕심껏 2권 이상의 책을 준비하지만, 그렇다고 이동동안 책만 읽을 수는 없다. KTX와 같은 기차라면 오랜 시간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버스나 배에서는 흔들림 때문에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몇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찾아오는 멀미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버스에서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신기한 건 오디오북은 읽기와 다르게 기억에 남는 것이 현저히 적다. 분명히 집중해서 들었는데도, 나중에 글을 쓰면서 반추하면 아무런 기억이 없다. 쉽게 들어서일까? 편하게 들은 만큼 휘발성도 큰 걸까?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뭐 아무튼 오디오북도 순전히 글쓰기만을 위해서라면 비추다.


울릉도 출장을 준비하면서 3권의 종이책을 2개의 가방에 사이좋게 나누어 담았다(나만 2개의 가방을 챙겨간 건 책 때문일까). 두꺼운 책, 가벼운 책 그리고 원서까지(?) 챙겼다. 고등학생부터 이어온 버릇인데, 욕심껏 책을 챙기고 다 읽지 못한 채 그대로 가방에 담아 온다. 시험공부를 할 때나, 방학 때도 항상 그랬다. 마음만 앞서서 욕심만 부렸을 뿐, 결국에는 절반 정도의 책을 펴보지도 못하고 다시 들고 돌아온다. 무거운 가방으로 고생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나의 몫이다. 과거의 나는 현명하고 계획도 있었는데, 현재의 내가 못한 것이니 그 정도 고생은 해도 되지 않을까.


봄맞이 운동이 실패하는 이유

급하게 마무리를 하는 이유는 글을 쓰는 마감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더 시간을 길게 끈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생각의 흐름대로 쓰고 미래의 나에게 퇴고를 부탁해 본다. 봄맞이 운동이 실패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게 내 삶의 '원씽'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장을 갈 때도, 일이 바쁠 때도, 주말에도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 30분의 운동을 할 수 있다. 그걸 하지 않았다는 것은 간절하지 않았다는 말이고, 아직은 여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다는 안도감 덕분일 테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질서너머>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 가지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당신은 변할 것이다. 또한 한때 여럿이었던 당신은 하나가 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 하나가 잘 성장했을 때 당신은 그저 희생・노력・집중을 통해 모양을 갖춘 훈련된 존재에 머물지 않고, 사회와 합일을 이루는 통일된 인격으로서 규율 또는 문명을 창조하고 파괴하고 변화시키는 존재가 된다. 이는 모두가 안심하고 따르는 질서, 혼돈으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질서를 뒷받침하는 진리의 말이다.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 질서너머> 231쪽


봄맞이 운동을 성공하려면 그 하나에 집중해야만 한다. 5월부터! 일단 일주일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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