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4권 불의 잔 그리고 육, 해, 공군 사관학교 친선행사
해리포터 4권_불의 잔
해리포터를 늦게나마 원서로 읽고 있다. 현재 4권 불의 잔을 읽고 있다. 영어공부를 위해 시작한 원서 읽기가 이제는 삶에서 즐거움이 되어간다. 거짓말 같게도 원서 읽기가 점점 더 재미있다. 해리포터가 재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각 권의 분량 차이가 많다. 원서 기준으로 1권이 332쪽이고, 4권은 무려 617쪽으로 1권과 비교하여 약 2배가 되는 분량이다. 원서만 읽어서는 전부를 이해를 할 수 없기에 번역서도 읽고, 영화도 보고, 오디오북으로도 듣는다.
원작이 책이고 나중에 영화가 만들어진 경우, 원작 속의 세부적인 묘사와 감동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1권 <마법사의 돌> 상영시간이 152분이고, 4권 <불의 잔>의 상영시간은 156분이다. 원작에서 책의 분량은 거의 2배 차이가 나는데, 상영시간의 차이는 단 4분이다. 그만큼 많은 부분이 생략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나처럼 늦게나마 해리포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이라면, 꼭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도 함께 본다. 하지만 책을 읽는 진도보다 먼저 영화의 내용을 확인하진 않는다. 딱 읽은 분량만큼이나 그보다 적게 영화를 본다. 영화를 함께 보면 좋은 점은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상상했던 것이 현실에 그려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혹자는 영화를 보면 책을 읽으면서 상상할 수 있는 더 큰 세계를 제한한다고 말하지만, 가끔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영화가 구현하기도 한다. 호그와트성이나 기숙사 내부의 모습 그리고 다양한 등장인물은 화면으로 볼 때 더 생생하게 기억된다.
해리포터 사관학교
한때는 ‘사관학교’라는 명칭을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취업 사관학교라든지, 창업 사관학교 등 00 사관학교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서 괜히 불쾌했다. 어떤 광고에서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고 말한 것처럼, ‘니들이 사관학교를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뭐 요즘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중간중간 사관학교 생활이 떠오른다. 해리포터가 호그와트라는 세상과 단절된 마법학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고, 4개의 기숙사로 구분되어 서로 경쟁과 협력을 하는 모습이 사관학교와 닮았다. 특히 4권 <불의 잔>은 더욱 그렇다. 호그와트가 아닌 보바통과 덤스트랭 같은 다른 마법학교들이 등장한다. “아! 마법학교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어”라고 놀라며, 작가의 상상력에 감동하며 읽는다.
해리포터의 세상이 확장된다. 영국에 위치한 호그와트를 비롯해서 프랑스 마법학교인 보바통, 북유럽(마도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 위치한 덤스트랭 그리고 등장하지 않은 많은 마법학교가 있음이 밝혀진다. 그 마법학교 간에 이루어지는 친선행사가 트라이 위저드 대회다. 해리가 4학년이 될 때까지 개최되지 않았던 이유는 각 학교의 명예를 걸고 겨루는 경기라서 참가자들이 다치고 사망하는 경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위험한 친선대회가 4권에서 펼쳐진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다른 마법학교 대표선수들이 호그와트에 방문한다. 바로 보바통과 덤스트랭. 각 마법학교가 등장하는 모습은 이렇다.
보바통 대표단 등장
빗자루보다 훨씬 큰, 또는 빗자루 100개를 합친 것보다 더 커다란 뭔가가 군청색 하늘을 가로질러 왔다. 그것을 성을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커지고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집채만 한 담청색 마차가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코끼리만큼 큰 날개 달리 말 열두 마리가 공중에서 그 마차를 끌고 있었다.
덤스트랭 대표단 등장
해리는 귀를 기울였다. 어둠 저편에서 요란하고 괴상망측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강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우르릉거리고 뭔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가 먹먹하게 울렸다. 호수 한가운데, 아주 깊은 곳에서 생겨난 듯한 물결이 일고 있었다. 호수 표면에 거대한 거품들이 생기고 출렁이는 물결이 진흙투성이 호숫가를 씻어 내렸다. 그러더니 마치 바닥에서 거대한 마개가 뽑힌 듯 호수 한가운데서 소용돌이기 일었다.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검은색을 띤 긴 막대 같은 것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곧 거기에 묶인 밧줄 같은 것이 보이고... “돛대야!”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육, 해, 공군 사관학교 친선행사('삼사 친선행사'라 불린다)
각 대표단의 등장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1년에 한 번씩 열렸던 삼군 사관학교 친선행사가 생각났다. 친선행사는 육, 해, 공군 사관학교의 생도들이 매년 돌아가면서 각 사관학교를 방문해서 상호 교류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예전엔 삼군 사관학교 체육대회를 했다고 하는데, 이 체육대회는 우리가 입학하기 바로 전년도에 역사로 남겨졌다. 체육대회 종목은 럭비와 축구였다. 대회를 준비하는 생도들은 힘든 학교생활은 기본이고, 그보다 더 힘든 운동도 병행해야 했다. 자연스레 체육대회는 친선보다는 대결의 개념이 컸다고 한다. 직접 느껴보진 못해서 어떤 느낌인지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히 화목한 분위기는 아니었을 듯싶다. 마치 해리포터의 트라이 위저드 대회처럼 말이다.
선배들과는 달리 우리는 화목한 친선행사를 가졌다. 2학년 때는 육사로, 3학년 때는 해사로 그리고 4학년 때는 공사에서 친선행사가 열렸다. 해리포터에서 대표단의 등장하는 모습처럼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고 이동하지는 않았다.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이동했다. 해리포터에서 각 대표단의 모습과 느낌도 다르듯이 각 사관학교도 전통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이 미묘한 차이는 어떻게 묘사하든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그냥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만 해두자.
육사는 서울, 공사는 충북 청주, 해사는 경남 진해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는 공사와 해사도 서울 대방동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역사로만 남아있다. 서울에 있는 보라매 공원의 입구에 공사를 상징하는 성무탑과 비행기가 몇 대 전시되어 있는데, 그곳이 예전에 사관학교가 있던 위치였다.
서울에 있는 육사에 방문했을 때는 도시에 방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오래된 역사가 느껴지는 학교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지금이라면 하지 않겠지만, 그때는 육, 해, 공군 사관학교 동기들끼리 정복을 입고 인사동을 걸어 다니는 용기도 있었다.
해사는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벚꽃 축제로 워낙 유명한 해사라서 육, 공사와는 달리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봄에는 생도들의 열기로 벚꽃을 빨리 개화시키기 더 열심히 달리기를 한다고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바다 옆에 위치한 만큼 물과 관련된 행사를 많이 했다. 수영은 물론이고, 카약도 타보고, 고무보트를 들고뛰는 단체 시합도 했다.
공사에 왔다고 해서 비행기를 태워주지는 않는다. 대신 근처 비행단에 견학을 가서 전투기를 구경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익숙한 공간에서의 추억이라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지 않다.
해리포터의 트라이 위저드 대회나 삼군 사관학교 친선행사는 교류를 통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이런 행사들을 통해서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그들을 알게 되는 장점도 물론 있지만, 그동안 익숙하게만 느꼈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해리포터에서는 해리와 론이 친구로만 느꼈던 헤르미온느가 다른 학교 대표선수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보면서 질투를 느낌과 동시에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관학교 친선행사가 끝나고 난 후에는 공사에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이런 친선행사도 교류도 없이 매일 같은 직장에 출근해서 비슷한 일을 반복한다. 설렘과 새로움이 없는 동일한 일상이다. 가끔은 아주 작은 변화가 내가 가지고 있는 평범하게만 느껴지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또한 운 좋게도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한다.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19가 사라지면, 직장인들에게도 이런 친선행사가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