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읽는 이유
13년 동안 88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은 기간과 권수를 자랑하려는 글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긴 시간 동안 그렇게 많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음에 대한 반성의 글입니다. 이런 반성과 시행착오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적어봅니다.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네요. ‘아무리 글로 읽고 말로 들어도 결국은 스스로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라고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부디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깨닫기를 바라면서 글을 적어봅니다.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독서법과 관련된 책을 벌써 5개월간 적어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이웃분들에게 물었어요. 이 질문은 스스로에게도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독서를 하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울까? 사람들은 과연 독서법 책을 읽고 싶어 할까?'와 같은 질문이 요즘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이럴 때는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웃분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와 독서를 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서 물었고, 그 대답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다양한 이유
0. 시간을 아끼고, 의식을 확장시키며, 메타인지를 높여 삶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1. 우리보다 먼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해보신 분들의 지혜를 듣기 위함.
2. 외국에 계시거나 만나기 어려운 분의 지혜를 직접 읽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
3. 잡생각을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시키기 위해.
4. 책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습니다.
5. 무형의 것을 꺼내서 유형의 것으로 가다듬고 싶어서.
6. 나의 미래를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7.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창의성을 높이기 위함. 이해력과 생각의 깊이를 넓히기 위함.
8. 먼저 경험을 쌓은 누군가의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 그 과정에서 멘토들이 생기는 영광.
9.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숨 쉬는 것 같이 느껴질 때의 환희가 좋다.
시간을 내서 정성껏 답변해주신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3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배움(정보) 2. 변화(적용) 3. 위로(공감)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제가 이십 대 중반에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성공’의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때마침 10여 년 전의 출판시장은 ‘자기 계발서’가 인기였습니다. 많은 책들은 읽고 상상만 하면 부자가 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이런 책을 읽고 있으면, 그저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생생히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겠어요. 작은 꿈보다는 큰 꿈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꿈을 꾸어야 한다고 해서 한 3년은 그렇게 꿈을 꾸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3년 정도가 지나자 행동하지 않으면 삶은 변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어요. 아무리 간절히 꿈꾼다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해야 인생이 변하겠죠. 무언가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노트에 적고, 삶에 적용할 부분은 시도해보았습니다. 드라마 같은 삶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독서를 멈추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삶에서 책을 읽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연애를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천 일은 꼭 기억하잖아요. 예전에는 천 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하루에 한 마리의 학을 천 일동안 접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천 일이라는 시간은 소중하고도 긴 시간입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 백 일 정도라면, 천 일이라는 시간은 이제 그 행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단계가 되는 시기입니다. 자연스럽게 되면 재미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읽는 행위 그 자체가 즐거워지는 것이죠. 진정한 변화는 이때부터 찾아옵니다. 100일, 200일 해서 일시적인 변화가 찾아올 수 있겠지만, 큰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아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부터는 스스로가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책을 읽는 그 시간과 새롭게 다가오는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됩니다. 오랜 기간 책을 읽은 분들은 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여전히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배움과 변화’가 가장 큰 목적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감을 주는 책도 읽고, 예전과는 다르게 여러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도들을 합니다. 독서모임도, 글쓰기도, 원서도 읽고, 다양한 프로젝트도 기획해봅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독서’가 있습니다.
10년이 넘은 지금 저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은 또 한 명의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 친구를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당신의 독서 고민을 들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