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전에 일잘러
N잡러가 되고 싶었습니다.
트렌드는 따라가야 제맛이니까요. N잡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고, 10년 이상 해온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플래너 쓰기, 독서, (실패의) 미라클 모닝'까지 말이죠. 플래너 쓰기 17년, 독서 13년 그리고 실패의 경험이 더 많은 10년 차 미라클 모닝까지! 이 세 가지를 브랜딩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고, 부지런히 서평을 적었습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그리고 유튜브까지 모두 도전해봤어요. 시작은 인스타그램이었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팔로우가 늘어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천 명의 팔로우가 생기자 자신감이 생겼고, 블로그로 넘어갔습니다. 블로그에 2013년에 적어놓은 단 하나의 글이 있었는데요. 일기인지 다른 사람을 보여주기 위한 글인지 구별하기 힘든 글이었어요.
처음에는 블로그에 '미라클 모닝'에 대한 기록을 적다가 다른 사람들이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블로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부터 블로그 서평을 꾸준하게 적고 있는데, 요즘은 하루 150명의 방문자가 생겼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하면서 SNS에도 존버가 승리한다는 이론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대신 계속해서 고민하고 진화(?) 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브런치!
브런치는 2020년 5월 2일에 첫 글을 적었네요. 재수를 하며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얼마나 기쁨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역시 '삶은 재수'라는 제목의 글을 적어 인스타그램에 자랑도 했습니다. 이제 브런치에 글을 적은지도 1년 3개월의 시간이 지났고, 59개의 글을 적었습니다. 매주 1개의 글을 꾸준하게 적었죠(가끔은 쉴 때도 있었고요;;).
마지막은 역시 유튜브입니다. N잡, 부캐를 키우기 위해서는 유튜브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 강의도 듣고 큰 꿈을 품고 북튜버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 인스타그램 + 브런치’ 이렇게 3가지의 SNS를 운영하는 시간보다 유튜브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습니다. 주말 밤을 투자하여 5개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경험을 한 후에 포기했습니다. 잠시 '멈춤'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성공적인 부캐로 N잡러가 되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네이버 인플루언서 그리고 출판 계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그토록 바라던 제 이름으로 된 책도 나올 예정입니다. 무언가 게임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나씩 아이템을 획득해가는 모험처럼 부캐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런 삶이 즐겁다 보니 본캐보다는 부캐에 더 많은 애정이 생겼습니다. 직장에서도 점심시간조차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책을 읽거나 휴식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대한 집중해서 일과 중에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 후에는 부캐 능력치 향상(?)을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본캐일까 부캐일까?
그러다 스테르담 작가님의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 소개 첫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도 출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말은 그렇지만, 더 크게 성공하면 일을 그만두고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살지 않을까?”라고요. 하지만 마치 제 생각을 읽은 것처럼, 작가님이 책 마지막 부분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언젠가는 강연을 하는데, 한 분이 질문을 했다. 글을 써서 버는 돈이 더 많아지면 회사를 그만둘 거냐고, 난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뇨, 저는 끝까지 회사를 다닐 겁니다."
내가 하는 많은 활동들은, 결국 나의 본분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도, 탈잉에서 튜터로 활동하는 것도, 책을 통해 강연을 하는 것도, 기고를 하는 것도, 방송 출연을 하게 된 것도, 배운 것들을 돌아보고, 생각보다 더 대단한 직장인의 존재를 깨달았기에. 직장을 다니며 얻고 배우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바빠졌음에도 지금 하는 일에 지장을 주는 일이 있다면, 나는 거절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삶의 지향점이긴 하나, 본분을 잊은 성토는 진실되지 않는다. 내 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나는 똑바로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299쪽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인사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임을 신청했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익숙한 업무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부캐를 키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제 어느 정도 길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일보다는 일이 아닌 일이 더 재미있잖아요?
무슨 이유인지 익숙한 업무를 하기로 한 제 뜻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가장 바쁜 부서 중에 하나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일주일 동안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며 퇴근하는 시간들이 이어졌죠. 그러면서 저절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스스로를 다시 돌아봅니다. 일에 사랑과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하고요. 항상 다른 꿈을 꾸었던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게 아니라면, 이 길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다른 길을 찾아온 제 자신을 말이죠.
그래서 마음먹고 다시 시작해봅니다.
부캐 전에 본캐! N잡러 전에 일잘러!
‘야근은 없다’가 목표였다면, ‘필요하다면 야근도 할 수 있지’로 일의 목표도 수정했어요. 동시에 일에 관련된 모든(?) 책을 읽어볼 계획입니다. 제가 독서를 통해서 배운 노하우를 이번엔 일에 적용해보려고 해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이야기를 브런치 글로 적어갈 계획입니다. 뭔가 시작하는 글만 거창해 보이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듣는 노래입니다(무한도전 그립네요).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