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만 더 따뜻하게

<생각에 관한 생각> 17장 평균 회귀

by 송곳독서

최근에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벽돌책을 읽었습니다. 727쪽의 책에 다양한 이론들과 사례들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읽고 나면 똑똑해지는 느낌이 가득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했지만, 특히 공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강압적인 교육’의 부작용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해가 잘 안 되실 듯 하니,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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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스라엘 공군에서 근무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공사 생도들과 조종사들을 많이 보고 관찰하게 됩니다. 여기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바쁘신 분들은 이 글에서 이 부분만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이 문단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이스라엘 공군의 사례, 생각에 관한 생각 266쪽>

내가 심리학을 연구하면서 몹시 만족스러운 결과에 쾌재를 부른 순간이 있는데, 이스라엘 공군의 비행 교관들을 상대로 효과적 훈련과 관련한 심리학을 강의하던 때였다. 나는 기술 훈련의 중요한 원칙을 언급하면서, 실수를 벌하기보다 잘했을 때 포상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비둘기, 쥐, 인간, 기타 여러 동물 실험에서도 증명된 사실이었다.

열띤 강의가 끝나자 경험이 풍부한 교관 한 사람이 손을 들더니, 자기만의 짧은 강의를 시작했다. 잘했을 때 포상을 하는 방식이 새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공군 사관생도들에게는 최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가 한 말은 이렇다. "생도들이 곡예비행을 깔끔하게 끝내면 자주 칭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기술을 다음에는 더 못하는 겁니다. 반대로, 생도들이 못했을 때 이어폰으로 고함을 지르면 다음에는 대개 더 잘하더군요. 그러니까 포상은 효과가 있고, 벌은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사실은 그 반대니까요."

내가 수년 동안 그르쳐온 통계 원칙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통찰력을 얻은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 교관은 옳다. 동시에 완전히 틀렸다! 그의 관찰은 날카롭고 정확했다. 그가 비행을 칭찬하면 다음에는 비행이 실망스러워지고, 벌을 하면 대개는 더 좋아진다. 그것은 포상과 벌의 효과에 대한 그의 추론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가 관찰한 것은 '평균 회귀'라고 알려진 것으로, 이 경우에는 비행의 질이 무작위로 들쭉날쭉했던 것에 불과하다.

교관은 당연히 평균보다 훨씬 잘한 생도만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 생도는 그날만 운 좋게 잘했을수도 있고, 따라서 그가 칭찬을 받았든, 안 받았든 나중에는 더 못할 확률이 높다. 같은 이치로, 교관은 생도가 평소보다 못했을 때만 이어폰에 대고 고함을 질렀을 테고, 따라서 생도는 교관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다음에는 더 잘할 확률이 높다. 교관은 무작위 과정에서 으레 생기기 마련인 변동을 인과관계로 해석한 것이다.

윽박지르는 것보다 칭찬이 효과가 좋다.

저도 사관학교를 다니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사관학교처럼 단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초, 중, 고등학교 친구들이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것도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생활하는 추억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배와의 관계는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사관학교는 다릅니다. 동기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선, 후배들과의 관계도 무척이나 중요하죠. 특히 선배들과의 관계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친한 선배들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문제는 선배들과의 관계가 좋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일단 힘의 논리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1명의 선배와 100명의 후배가 있으면, 반드시 1명의 선배가 이깁니다. 특히 상하관계가 엄격한 계급사회일수록 이런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 속에서 조금이나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악역을 해야만 했고, 그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감투를 쓰고 돌아가면서 또 다른 페르소나를 연기해야만 했죠. 물론 원래부터 그런 역할을(?)을 좋아하는 동기들도 있었습니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열심히 혼내는 동기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만 좋은 사람인척, 내 마음만 편하기 위해서 이러는 것은 아닐까?’


참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좋은 말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보다는 큰 소리로 윽박지르는 것이 바로 효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10년도 더 지나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늦은 깨달음에 혼자서 씩 웃어보았습니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이었어!’


그 후로는 아들도 되도록이면 혼내지 않습니다. 아들이 4살이 되면서 1년에 한 번쯤은 떼를 쓰거나 잘못한 행동을 하면 책에서 배운 대로 눈을 마주치고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단호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그 행동이 아들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떼를 쓰거나 화를 낼 때는 부모가 잘못했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잠을 늦게까지 재우지 않았거나, 부모의 욕심으로 무언가를 억지로 시켰을지도 모릅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맞아요? 확인해 봤어요?’


보통 이런 말을 웃으면서 하지는 않습니다. 약간은 차갑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럴 때면 당당하게 말을 하려다가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는 경험을 겪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기도 하고 검게 채워지기도 합니다. 이 순간부터는 이미 알고 있던 내용도 말하기 어렵습니다. 흰색과 검은색의 머릿속에 생각은 떠 다니거나 사라질 뿐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일을 잘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만큼 더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배우면서 말이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머릿속의 흰색과 검은색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역시 시간이 필요하고 행동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센스'가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적당한 눈치와 상황에 맞는 대답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을 일의 센스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센스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 글을 읽는 많은 직장상사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오랜 시간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아서 멘탈이 강한 조종사들도 칭찬을 받을 때 더 잘한다고 하는데요. 그저 평범한 직장인들은 혼나면 얼마나 빠르게 멘탈이 깨져버릴까요? 이미 깨진 멘탈을 위로로 붙이려고 하지 말고, 그전에 조금만 따뜻한 말로 힘을 주세요. 그러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테니까요. 그럴 거라 믿습니다.


제 자신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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