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여전히 인생은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안주하지 않고 우리에게 힘과 희망을 일깨우는 남다른 이들을 우러르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소설보다 전기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는 특히 크게 넘어져 쓴맛을 보고 다시 일어난 사람들의 인생에 매료된다. 그들의 독특한 삶의 여정은 우리의 삶에도 의미와 모양새를 부여한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154쪽
저는 인라이팅 클럽에 소속된 작가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함께 글 쓰는 모임입니다. 인북클럽(독서모임)과 함께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모임이기도 합니다. 작년부터 시도했던 같은 주제로 함께 글쓰기가 드디어 시작되네요. 그 첫 번째 주제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사실 행복했던 순간이 많아서 어떤 장면을 골라야 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인생 1막,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태어날 때 울면서 '이 세상에 온 것을' 기뻐했을 것 같습니다(이건 추측에 가까우니 패스:) 고등학생 시절 시험 결과가 좋아서 행복했던 순간도 짧게 스쳐갑니다. 아내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의 설렘과 장면들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합니다. 힘들었던 사관학교 생활을 마치고 졸업을 하던 그 순간, 행복과 섭섭함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지금은 행복처럼만 느껴집니다.
인생 2막,
오랜 연애 후, 결혼을 준비하던 그 순간과 식장에 들어갈 때의 장면들도 반짝이며 떠오릅니다. 결혼 준비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던 신혼여행은 매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남과 동시에 이탈리아행 비행기에서 여행 일정을 체크하던 시간과 스위스를 지나 파리로 넘어가던 그 순간들도 행복으로 가득한 길이었습니다. 그 후에 무리해서 떠났던 여행지의 기억들은 힘들 때 삶을 버티게 해주는 '행복'이 되었습니다.
인생 3막,
운명처럼 찾아온 아들과 첫 만남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사진 찍기가 조심스러워 휴대폰을 꺼내 아주 소중하게 찍었던 그 영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볼 것만 같습니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기 침대에 누워 모빌을 바라보던 순간도, 처음으로 뒤집기를 성공하던 모습도, 엄청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니던 모습도, 혼자서 한 걸음을 내딛던 그 순간도, '엄마, 아빠'를 불러주던 목소리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처음 데려다주는 순간 하나하나가 행복했던 순간들입니다.
인생 4막,
새로운 삶을 꿈꾸며 도전했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던 그 순간, 처음 독서모임을 하던 순간과 첫 책을 계약하던 그 순간도 삶은 행복으로 가득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큰 프로젝트를 잘 끝냈던 기억들은 행복으로 남았습니다. 휴대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2만 장이 넘는 사진과 천 개의 동영상은 그 행복들을 잘 기억하고 있죠. 10년간 플래너에 적어놓은 기억들도 그 순간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생 5막, 6막, 7막 그리고 그 이상의 새로운 삶에서 '또 다른 행복'은 기억되겠죠. 최근에 읽었던 프랑스 소설가인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책 제목처럼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여전히 저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 같습니다. 아들과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 새로운 도전과 실패에서 느낄 경험 그리고 저도 알지 못하는 행복의 순간들까지 말이죠.
그 행복을 기다려며,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잘 살펴보면, 나만의 행복의 기준을 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봤어요!
1. 처음 해보는 새로운 경험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 아내와 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처럼 말이죠. 뭐든 처음 하는 그 순간의 설렘은 오랜 시간 행복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물론 그 순간에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을 수 있지만, 새로움과 도전이 가져다주는 그 느낌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2.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
아내와 함께했던 순간들과 여행의 기억, 아들과 함께 했던 새로운 경험들 그리고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했던 뜻깊은 순간들도 행복한 경험으로 남습니다.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졌는지에 따라 행복의 기억도 커지기도 합니다.
3. 나를 한 단계 뛰어넘는 경험
학창 시절 목표했던 성적을 얻었을 때, 학교를 졸업했을 때 그리고 시험에 합격했던 경험처럼 자신을 한 단계 뛰어넘는 경험들도 행복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로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따라서 행복의 기억들이 저장됩니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행복입니다. 물론 행복의 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행복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행복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고민됩니다. 그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보다 '행복했던 나날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요즘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지금 이 순간이 주는 행복을 느끼는 중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앞으로의 행복과 이미 지나가버린 행복들을 행복이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 마음으로 앞으로 다가올 무한한 행복들을 기다려봅니다.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이 감사하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