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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인의병 Mar 29. 2023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15

야옹이와 이야기가 있는 사진

<10+158주, 203, 김수현 옆에 고탐탐이>



<오늘도 호시탐탐 #12>에 등장했던 김수현 옆에 고탐탐이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다가 김수현 배우와 미모 경쟁하는 고탐탐이의 표정이 담긴 사진이었다.


집사가 사진을 하는 방식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사진이란 형식으로 구현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법에 가까우므로 이처럼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나면 꼭 기억해 놓는다. 경험상 야옹이들이 일으킨 재미있는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차례대로) 10+165주, 10+171주, 10+176주, 10+186주, 203, 김수현에서 김호시까지>



1. 김수현 옆에 고탐탐 옆에 김호시

2. 김수현 옆에 고탐탐 옆에 김호시 옆에 김호시

3. 김수현 옆에 고탐탐 옆에 김호시 옆에 김호시 옆에 김호시

4. 김수현 옆에 고탐탐 옆에 김호시 옆에 김호시 옆에 김호시 옆에 김호시


이사하면서 사진 속의 책장은 쓰임을 다 했으므로 더 이상 같은 위치에서 담지 못하는 장면이지만, 5장의 사진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집사에게 알려준다. 꾸준하게 기록하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 말이다.




<10+118주, 203, 잠시 뒷다리에 힘을 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옹!>



첫 번째 사진에서 김호시의 귀여운 표정과 두 번째 사진의 김호시-점프 사이에는 짧은 기다림이 있다. 이런 사건들은 경험할수록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야옹이들을 담는 사진이 아니더라도 나는 어떤 상황을 관찰하고 셔터를 누른 다음, 그 상태를 꽤 오랫동안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본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면 하나의 상황은 최소 두 번, 보통 그 이상 담으려고 노력한다. 두 장의 사진은 형식적으로 '이야기' 혹은 '서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10+122주, 203, 눈 뜬 묘와 눈 감은 묘>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조금 기다렸다가 눈 감은 모습을 담는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사이에도 이야기가 있다.


야옹이들의 삶을 꾸준하게 사진으로 담는 까닭은 예쁜 모습을 남기려는 욕망보다는(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셔터를 누르기 전의 과정, 즉 나와 다른 존재를 면밀하게 관찰하려는 목적이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가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집사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최종 결과물은 그저 덤일 뿐이다.




<10+121주, 203, 싱크로나이즈드 그루밍>



'예쁜 모습'을 담는 것보다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진이 좋다. 거창하거나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보는 사진보다 읽을 수 있는 사진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보는' 사진을 찍으면 또 다른 '보는' 사진을 함께 배열해, 사진과 사진 '사이'에 무언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둔다. '사이' 공간에 상상이 들어가도 좋고, 이야기가 들어가도 좋다. 사진이란 미디어가 갖는 '보는 특성'을 이용해 '읽어내는 감각'을 드러내고 싶다. 김호시와 고탐탐. 두 야옹이를 기록하고, 두 야옹이와 함께하는 삶을 기억하고 싶으니까.


위 사진처럼 두 야옹이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장면은 몸이 거의 자동으로 반응해서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




<10+121주, 203, 집사의 취향 I>



다음은 집사의 개인적인 취향이다. 한 장면에 서로 다른 움직임이 있는 것. 사진 찍기 전 야옹이들을 눈으로 보며 머릿속에 잠시 후 펼쳐질 장면을 그린다.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머릿속에 그렸던 장면과 최종 결과물이 일치할수록 짜릿함은 커진다.




<(좌) 10+7주, 203, 피타'호'라스의 정리 / (우) 10+8주, 203, 분탕질>



재미있는 장면, 집사를 빵 터지게 만드는 장면 역시 우선순위의 기록감이다.


왼쪽 사진은 호시가 안 보여서 온 집을 찾아다니다가 모니터 뒤쪽 벽에서 검거했을 때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김을 쌓아둔 선반을 헤집고 들어가 난장판을 만든 고탐탐이를 검거했을 당시 증거 사진이다.


다섯 살이 된 야옹이들은 예전보다 활동량도 줄고 사람과 '함께 사랑가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으므로 예전만큼 사고를 치진 않는다. 그래서 아깽이와 캣초딩 시절을 상징하는 이런 사진들은 귀한 기록으로 간직하고 있다.




<10+206주, 302, 야옹가 - 대관절 저 다리는 누구의 것이냐옹?>



호시: "밤늦게까지 우다다를 하다가 안방에 돌아와 잠을 청하려 이불을 살피니 다리가 네 개구나옹. 이불 속 다리 둘은 고탐탐이 것이지만, 이불 밖 다리 둘은 누구의 다리냐옹?"




<10+159주, 203, 집사의 취향 II>



또 다른 집사의 취향이다. 크게 라디오기지개를 켜는 김호시 앞발의 솜털이 어두운 배경 앞에서 비치는 부분이라든지 방석 위에 빼꼼히 나온 호시의 뒷발을 적잘한 톤으로 닷징한 부분을 보며 혼자만의 희열을 느낀다.


오랜 사진 생활을 통해 머릿속으로 최종 결과물을 그려보곤 하는데 적절한 빛과 톤이 뒷받침되면 야옹이들은 집사의 취향 만족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 준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김호시가 아니라 호시의 뒷발과 앞발의 솜털이 적절하게 구현한 질감이다.




<10+261주, 302, 집사의 취향 III>



흑백사진의 톤과 계조를 좋아한다. 취미로 하는 사진 생활에서 '색'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지만, 아주 가끔 만나는 이런 색감을 좋아한다. 역시나 이 사진의 주인공은 김호시가 아니라 두 개의 의자다.




<(좌) 10+29주 / (우) 10+31주, 203, 삼묘 대면>



야옹이들을 기록한 사진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 번째. '야옹이'를 기록한 사진


두 번째. '야옹이와 함께 있는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있는데 위 사진들은 후자에 속한다.


특정 시간의 햇빛이 특정 장소에 다다를 때, 마침 그 순간 김호시가 그 자리에 있으면 '호시'와 '호시의 그림자'와 '창에 비친 호시'가 삼묘 대면을 한다. 아주 드물지만 이런 장면은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는다.




<(좌) 10+268주, 302, 김호시 I / (우) 10+213주, 302, 고탐탐 I>



눈 앞에서 보는 야옹이와 사진으로 보는 야옹이는 같지 않다. 사진 속의 야옹이들은 눈으로 보는 야옹이들보다 더 예쁘거나 혹은 덜 예쁘거나, 더 귀엽거나 혹은 덜 귀엽다. 그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그만큼 둘 사이 틈새가 좁은 사진은 무척 귀하다.


왼쪽 사진의 김호시와 오른쪽 사진의 고탐탐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좌) 10+209주, 302, 김호시 II / (우) 10+247주, 302, 고탐탐 II>



위 사진들의 김호시는 눈으로 볼 때보다 더 예쁘게, 고탐탐이는 덜 예쁘게 나왔다.(쉿! 호시에게는 비밀) 그렇지만 이 사진들은 단지 사진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을 기억했다가 계속해서 조금씩 달라지는 각각의 모습을 기록하는 과정에 있는 사진이다.


나는 두 마리 야옹이와 함께 사는 집사다. 느리고 긴 호흡으로 김호시, 고탐탐이와 함께 우리만의 방식으로 오늘도 시간의 켜를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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