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67. 산다는 건(0)

산다는 건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67
산다는 건

가지고 싶은 그리움이 아니길 바라며
기억 위에 덧칠해진 먼지를 털어
오랜 이끼를 햇살 위에 말리며
기억이 더 선명해 지기를 바라고

목마른 사랑이 아니길 바라며
가슴의 오래 묵은 옹이를 파내고
시원한 바람을 집어넣어며
가슴이 넓어지기를 기다리고

언젠가 시작되어 오늘이 된
그리움에서 온 사랑은 너와 나에서
아들의 너와 딸의 너로 자라나
사람살이가 되어갈 것이고

우리는 남겨진 사랑이 되어
부드럽고 따스한 바람과 햇살이 되어
남은 시간을 영위할 것이다.

“산다는 건,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일상들을 깨끗하게 닦고 말려가며 오랜 사랑으로 변해가도록 하는 것이다. 우연이 마주치거나 치기로 시작된 청춘의 풋사랑이 묵은 사랑이 되기까지를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으며 지나왔다. 지금도 그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산다는 건, 그 시절로부터 시작된 일이고
오래된 우리 사랑이 모태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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