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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으로 사는 연습. 92 시인의 마음

시인의 마음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92
시인의 마음


마음에 편지를 새기면
바람을 따라 가슴이
너에게로 가길 바라고

살포시 소리를 내서
네 눈 위로 마음이 내려앉으면
네게 읽혀진 생각이
내 가슴이기를 나는 바란다.

한아름 벅찬 가슴의 향기로
너를 불러 네 마음에 편지를 쓰고
향기로움이 퍼지길 기다리면

홀로 서있는 것이
외롭지 않아 보이는 것은
가슴 안쪽에 너를 담고 있어서겠지

숱하게 보낸 마음의 흔적이 쌓이고
흩어지지 않을 고요함으로 담아
깊이 묻어둘 마음의 자리가
아직도 남아 있기를
아직도 넓혀 가고 있기를

편지를 마음에 새겨
당신에게 전합니다.

“아주 오래전 마음이 아직도 너에게 남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55번째 생일을 15일 앞둔 그녀에게 20대 편지를 쓰듯 보네 본다. 제목은 정하지 못한 채, 함께 알고 살아온 29년 인생처럼, 성상이 세 번 바뀌는 사이 성인과 청소년이 된 아들 둘이 우리에게 남았다. 그래서 행복하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지금 말해야겠다. 그렇게 그녀가 정해준 제목이 ‘시인의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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