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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으로 사는 연습 104. 숨칸

중년으로 사는 연습 104

by 이진은

중년으로 사는 연습 104

숨 칸


빠르게 거침없이 말을 내뱉으며

쉼표는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쉼이 새것과 헌 것의 경계를 허물고

띄어 씀으로 말이 전하는 의미를


숨을 규치적으로 쉬어야

삶이 이어진다는 단순한 의미가

그때는 중요하지 않았고

쉬는 시간을 잃어버린 생활은


새벽녘 한적함을 깨는

사박사박 눈 밟는 소리

아스팔트 위로

어지러이 빗방울 토닥이는 소리

세상 풍경 속에 숨어있는

옷깃을 스치는 바람소리 같은

자유로운 소박한 소란들을 잊게 했다.


폭풍 전야

비바람이 크게 소리 내어 울고

하늘 위 먹구름이 빠르고 급하게 흘러

땅 위로 물길 생겨 아래로 모이고서야


한 호흡 큰 숨 들이쉬어

호흡을 가다듬고

꽃피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가라앉혀

가슴 한켠 숨을 위한 한 칸을 열고서야


폭풍 가라안고 산들바람 잔잔히

조용한 시간을 흐르는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들이

곁으로 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때에 와있게 되었다.


"숨 칸"이란 말을 떠올리고 사전적 의미보다는 말이 가지는 의미를 드러내지 않지만 숨겨진 따스함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숨과 칸이란 뜻이 숨칸으로 풍기는 의미는 합성어로, 우리말이 좋은 점 중 하나는 새로운 말을 만들고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살이 중 숨 쉴 수 있는 한 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한켠에 만들고 말을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살아내야 하겠지만 그조차도 한 호흡 건너 편안히 살아지면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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