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사진 이병관 시인)
중년으로 사는 연습 130.
기억을 두고 오다
시간이 소리 없이 흐르고
한가로운 구름이 멈춘듯한 곳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채로
기억을 두고 왔다.
지금은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때이고
지금은 내가 사는 이유에 맞도록
살아가야 하는 때여서
지금을 사는 것이 행복할 수 있게
기억을 두고 온 것도 잊은 채로
청춘이 시들도록 살아온 것으로
미련은 재생버튼을 다시
누를 수 있는 그때가 올 때까지
뒤로 밀쳐둔 채로 살다 보니
평범한 행복이
돌아가야 하는 때로 돌아온
두려움으로 변해가서
산다는 것은 다시
시간이 소리 없이 흐르고
한가로운 구름이 멈춘듯한 곳에서
재생 버튼 위에 손을 올린 채로
주저하는 것은
두고 온 기억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사는 것을 재 정비하고, 살아온 것들을 챙겨, 둘이 함께 사는 법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때가 왔다. 가지는 이제 굵어져 가지치기를 해야 하고, 가벼운 몸으로 사는 법을 다시 익히며, 삶이 지루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게 그냥 평범하게 살아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내가 두고 온 기억이 무엇이었는 지도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