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백 수천 가지인데 잊으란다고 그걸 하루아침에 잊을 수 있을까요? 한 가지를 지우는 일도 몇 번은 해야 겨우 연하게 만드는 정도일 텐데요. 얼마나 반복을 해야 할지 모르죠. 끝도 없이 반복하다 겨우 흔적 조금 지우겠죠.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그런 거 같아요. 적당히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여야지 숨이라도 쉬고 사니까요.
그런데요. 사람 마음이 또 그게 되나요. 너무 멀리 가지 말아야지 다짐하고서 뒤돌아서면 잊어버리잖아요. 사랑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절대 양 조절이 안 되는 거 조금만 조금만 다가 다 쏟아버리는 신의 실수처럼 미완성의 인간은 사랑으로 채워져 완성되니까요. 하지만 그 사랑으로 결국 무너지는 거죠.
사람은 살아가며 여러 번 죽음을 예습합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쉽게 죽음을 예습하는 방법이 바로 사랑을 하는 것이죠. 사랑은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의 존재는 삶을 의미하고 사랑의 부재는 죽음을 의미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셀 수 없는 죽음 예습을 하고 본인 세계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때마다 다시 시작되는 삶에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신은 인간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아요. 무엇 때문인지는 모릅니다. 그저 신의 실수인 듯 계획인 듯 인간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중독자가 되어버리고 마니까요. 그렇다고 신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애원하고 목말라하며 사랑을 다시 찾는 것은 인간의 의지니까요. 별수 없습니다. 딱히 벗어날 방법이 없어요. 우리는 그냥 이렇게 주어진 사랑에 몸을 던져 뜨겁게 불타오르고 끝내 재가되어 날리는 방법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