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별할 때

by 승하글


시간을 갖자는 말이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보통은 그 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별을 택하니까 그러니까 그 말은 결국 이별로 향하는 문이었고 우리는 그 문밖으로 한 발 내디딘 것이다. 시간을 갖기 전에 각자의 시간을 많이 만들었어야 했을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에게 지칠 만큼 지쳤던 것일까? 그래도 나는 끝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너에게 매달렸고 너는 그런 나를 질려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를 사랑한 것밖에 없는데 그것이 잘못일까? 너무 깊이 너무 많이 사랑한 거? 너밖에 모르는 내가 된 거?

흔한 이별의 과정이다. 나는 너와 거리를 두는 동안에도 온통 네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말라가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너에게 아무렇지 않게 연락할 자신이 차마 없었다. 그때였다. 울리는 진동소리에 휴대폰을 바라보니 너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날 우리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느 때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를 보자마자 너는 화를 내며 왜 그렇게 있었냐고 도대체 왜 내 생각만 하고 있었느냐며 따지고 들었다. 내가 어떻게 내가 네 생각을 안 하냐고 울며 고함을 치는 나에게 너는 적어도 내 생각만 하고 있지는 않았어야지라는 말을 했다. 아 그랬구나, 어쩔 수 없이 하는 네 생각도 나는 하지 않았어야 했구나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걸 너는 잘하고 있었구나 이게 우리 둘의 온도차이구나 그 순간 나는 헤어짐을 직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이별을 말한 건 나였다. 나는 네가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너는 내가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너를 놔주기로 했다.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뱉는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위해 그만하는 게 맞았다. 더는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지 않는 너에게 그런 마음을 구걸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더 사랑하니까 내가 조금 더 참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너를 위해 이별의 아픔쯤은 견뎌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너를 두고 뒤를 돌아섰다.

이전 14화뒤늦게 알게 되는 것들 중 가장 마음아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