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봐, 계절이 변하는 게 즐거울 리가 없잖아
꽃을 보고 꽃인 줄도 모르고 봄이 와도 봄인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계절이 변하고 꽃이 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꽃잎이 흩날리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것이 기쁨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꽃이 피는 계절이 오는 것 또한 아무 의미가 없는 거잖아
어제는 친구가 그러더군 벚꽃이 만개할 날짜가 벌써 나왔다며 이제 정말 겨울이 가고 봄이 올 거라고 말이야 그게 뭐 어째서 즐거운 일인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어. 꽃잎을 보는 게 꽃 향기를 맡는 게 날씨가 좋은 게 따뜻해지고 맑아지는 게 뭐 그리 신이 나고 설레는 일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당신이 말을 해봐 말 좀 해줘야겠어. 당신도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고 있나? 그래? 나만 3월이 지나 4월이 와도 여전히 겨울을 살 것만 같은 거야? 그래, 아무래도 그럴 거야 맞아. 나는 전혀 즐겁지도 기대되지도 않아 아니 그냥 나의 계절은 변하지 않은 지 오래야. 나의 계절은 당신이 떠나던 날 사라졌거든 오직 겨울만을 남겨놓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