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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유수 (落花流水)

꽃이 피면 지는 날도 있겠지요.

by 승하글



꽃이 피면 지는 날도 있겠지요.


우리 그렇게 활짝 피어 사랑을 했지 않습니까?

만개한 꽃잎들이 철이 지나면서 흩날려 떨어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피어난 꽃이 시간이 지나 시들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 또한 자연히 이별하는 거겠지요.


영원은 없을 거라 하셨잖아요. 맞습니다.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짝을 이룬 것들 또한 언젠가는 홀로됨이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의 영원을 바란적은 없습니다. 어차피 영원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영혼을 불태울 만큼 사랑하려 부단히 애를 썼던 것뿐입니다. 그리하여 피워낸 꽃은 아름다웠고 향기로웠고 참으로 예뻤습니다.


예, 예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봤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가세요. 잘 가세요.


그 길로 걸어나가 부디 꽃처럼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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