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은지 1년이 넘었다.
2024년 1월 이후로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서랍에는 동그랗고 하얀 알약과 반쪽 난 알약, 그보다 작은 노란 타원형 알약이 남아있다. 나는 이 약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 버리지 않을 것이다.
얼마전 우연히 하게 된 검사에서는 경계에 있다고 했다. 설문에 응답할 때 내 얼굴은 아주 진취적이었다. 보진 못했지만.
나는 지금 경계에 있다. 일부라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살 것인가, 완전히 달리 살 것인가.
어느 쪽으로도 쉽사리 발을 옮기기가 힘들다. 여전히 힘들다.
고난과 역경을 겪고 난 후 삶의 의미를 찾고 특별한 그 역경 때문에 더 빛나는 성공을 전하는 이는 되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말끔하게 어느 순간 짠 하고 극복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믿고 싶지 않다).
뇌과학 책에서 읽은 것처럼 긍정의 상승곡선을 탔나 했던 때도 있었다.
너그러워지고, 화창한 오늘이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고,
내가 계획한 것들이 가능할 것 같고, 모든게 그럴듯하게 타당한 것 같고.
회복탄력성 책에서 읽은 것처럼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내가 되지 않으려 감사일기를 쓰고(머릿속으로), 부족한 운동을 하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나타났다 사라지는)을 해본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다시 반대 곡선을 타고 미끄러지는 나를 흔히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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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고 싶지 않다.
발버둥치고 싶지 않다.
가라앉기 전에 오늘도 조용히 떠 있고 싶다.
각잡고 감정일기는 마주하기 어렵고. 내가 할 수 있을 법한 일 우울증의 풍경을 그려보려고 한다.
잘하려고 하지 않고 부족해도 상관없고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나는 지금 그 풍경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