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나의 우주

by eudaimonian

그러니까 약 15년 전 쯤에, 대입 준비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뭐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브라이언 그린'이라는 과학자의 <The Elegant Universe>라는 책을 꺼내 읽었다. 그 책의 주요 이론인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은 꽤나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게는 했지만, 사실 나같은 일반 고딩이 단번에 이해하기에 상당히 무리인 내용이었다. (그냥 내 자신이 그런 어려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명받았던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종종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는 아주 작은 초끈에 대해서 만큼은 자주 생각의 나래를 펼치곤 했는데,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우아한 우주의 초끈과는 전혀 별개로, '우아한 나의 정신세계'도 어쩌면 아주 가느다랗고 질긴 끈으로 이루어져있을 것 같다는 상상이었다.

나는 무의식 중에 아주 많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그 끈의 상태를 '바람직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그 적당한 긴장감의 기분좋은 팽팽한 상태를 차분히 오래 유지한다는게 꽤나 쉽지 않은 일이라- 거의 대게는 제대로 형체도 갖추지 못한 채 느슨히 흐느적거리거나, 끊어질 듯한 압박으로 아슬아슬하게 숨도 못 쉬고 있는게 보통이다.
만족할만한 긴장감과 경쾌함이 공존하는 팽팽함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 유지될 뿐이다. 그나마도 나이를 먹어가며 기간을 늘이는 요령만을 터득하는 것이 전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우아한 나의 우주를 지킨다는 일


우아한 나의 우주를 지키기 위해 동원되었던 다양한 방법으로는-
맘에 드는 새로운 이를 만나거나, 설레는 음악을 무한히 반복적으로 듣거나,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장소를 만들어낸다거나, 완전히 새로운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공상해내는 식이었는데,
이들을 돌이켜보면 나라는 인간은 참으로도 지루함에 약하고 인내심이 없지 않은가.
그러다 간신히 얻어낸 기분 좋은 팽팽함이 문득 끝나는 순간이 오면, 가련한 정신적 자책과 신체적 피로가 몰려와서 일상적인 어떠한 생활이나 감정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지곤 했다. 무의미한 행동이나 기억에 집착하고,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이 모든 것이 지치고 지겹고 또 참 버겁다.
구름 한 점에,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스쳐가는 표정 한 번에, 시시각각 손 쓸 틈 없이 달려가는 내 우주의 초끈을 조절하는 일은 그저 너무 힘이 든다. 그냥저냥 물에 풀어놓은 소면처럼 자유롭게 떠다닐수 있는 그런 우아함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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