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집

얹혀사는 우리들

by eudaimonian

얼마전에 2개월 된 러시안블루 새끼고양이를 분양받았다. 아빠, 엄마, 형제자매들과 떨어트려 놓아가며 데려가는데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원래 주인이 울었으면 (거의 눈물이 가득하셨다) 거의 그냥 놓고 올 뻔 했다. 여하튼지간에 막상 우리집에 들어오고 나서는 적응도 잘 하고 사람을 곧잘 따라서, 잘 부비적거리고 자고 놀고 하고 있다.


직장이 있는 몸이다 보니, 아무리 귀여운 내 고양이(이름은 '꿍'이다)라도 사무실에 데려갈 수는 없는지라 최소한 8-10시간을 꿍이 혼자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몇일간은 두고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퇴근할 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는 했다. (사실 퇴근길 발걸음은 원래 빠르긴 하다) 그렇게 허겁지겁 들어와서 "꿍아~!" 이름을 불러도 나타나지를 않아, 몇분간 찾아 헤매다보면 그냥 이불 속에서 무심한 얼굴로 자고 있기 십상이다.



언제부턴가 든 생각이 이 집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하는. 평일에는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서 겨우 평균 10시간 정도를 집에 있는데, 고양이 꿍이는 24/7 내내 이 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나보다 더 이 집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 알고싶지는 않은 미시적인 부분에 대해서 ...)

꿍이 입장에서는 본인이 새로 살게 된 집에 왠 인간이 들락날락 거리면서, 뭐 밥도 주고 놀아주고 사랑한다고 앵겨붙으니, 잠은 자게 해주마-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웃긴 느낌이 들었다.


고양이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한 동물이라고 한다. 나 또한 내가 속한 물리적인 공간이나 물건들에 애착이 강해서 나와 꿍이는 어떻게 보면 강한 애착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 집의 주인으로 살아가든, 꿍이의 집사로 얹혀사는 것이든 간에, 어느쪽이든 딱히 중요하지는 않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것을 해치지 않으며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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