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달째
6월엔 한참 바빠서 도장에 한주에 1번 나갔다. 관장님 사범님 보기에 죄송스러워 나가면서도 괜시리 눈치보게 되고 나가는 날엔 더욱 더 열심히 했다. 내가 귀찮아서 또는 힘들어서 빼먹는게 아니라는 무언의 항변이랄까? 배우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일이 너무 바빠서 못 가는 어쩔수없음을 나타내는 변명?! 무튼 그랬었다.
뜬금없이 온 사범님의 문자.
"토요일 저녁, 도장 회식이 있으니 참석하세요."
평일 수련을 못 나갔으니 회식은 꼭 참석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간맞춰 도장으로 나갔다. 야외 바베큐를 한다고 했는데 도장 승합차(체육관 봉고스타일)를 타고 제주시내를 한참을 돌다가 결국엔 비온다고 다시 도장으로. (한시간동안 드라이브만ㅠㅠ)
오늘은 성인반 회식. 비가 오니 도장에서 바베큐를 하자고 한다. 옆동네 도장 관장님과 사범님도 참가.
내가 다니는 도장의 성인반은 오직 나.ㅠㅠ (그나마 있던 스물한두살쯤 먹은 아이들이 안 나온다ㅠ)
우리 도장 관장님과 작은 사범님, 그리고 옆 도장 관장님, 사범님. 그리고 나. 다섯이서 오손도손 회식(?)을 시작했다.
이게 바로 거창한 성인반 회식 클라스.
관장님 댁에서 가져온 불판 두개에 부루스타 2개. 그래도 명색이 회식인데 하면서 소고기를 굽기 시작. 온 도장에 허연 연기가 차오르고 한라산 하얀소주를 10병을 까고 나서야 관장님이 취기가 오르며 한마디 하신다.
유진씨. 참 고마워요.
끈기있게 열심히 잘 다녀주고.. 블라블라...
특히 정해진 날마다 월회비도 안 밀리고
꼬박꼬박 넣어주고..블라블라
이번에 티셔츠도 사주고..
우리가 빨리 성인반을 키워서.. 꽐라꽐라
관장님이 취중진담을 쏟아냈다.
그렇다.
나는 참 꾸준하면서도 든든하게 한달에 4번 나가면서 월회비를 꼬박꼬박 내고 도장 티셔츠도 4장이나 사버린 기부천사가 되었다. ㅋ
관장님이 연거푸 소주를 들이키면서 말씀하셨다.
"빨리 승급심사를 거쳐서 흰띠를 벗어나야지요. 성인반은 특별히 승급심사를 따로 잡아서 빠르게 단을 딸 수 있도록.. 블라블라. 곧 대회가 있는데 유진씨가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블라블라. 우리 체육관은 수련생들이 원하면 원하는 만큼 가르쳐주고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유진씨가 요즘 가장 원하는게 뭐에요? 카타? 쿠미테? 다이어트?"
난 뜬금없이 말했다.
"아. 저 요새 복근 운동을..."
그래요. 그래요.
앞으로 우리 사범님과 함께 복근운동을 주력으로 해서 같이 복근을 만들도록 해요.
우리 함께 성인반의 목표를 위해서 정진할 수 있도록...
...
관장님은 이미 만취였다.
그렇다.
나는 결국 복근을 만들기 위해서 가라데 도장을 다니는 유일한 성인반 기부천사가 되었다.
+
오늘 처음으로 구매한 티셔츠를 입고 수련에 임했다. 한시간 운동을 하고 나니 목이 늘어나고 티셔츠가 땀에 쩔어 쭈굴쭈굴해졌다. ㅠ
가라데 수련은 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