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고 싶을때는 꼭 안대를 낀다. 덕분에 꽤나 늦은 시간까지 자다 일어났다. 그치만 안대가 새 소리를 막을 순 없다. 장마가 시작되었는데도 새 소리가 난다. 창문을 열어보니 옆에 새로 지은 빌라 창문틀에 새 두마리가 앉아 지저귄다. 저 곳에 둥지를 틀지는 않겠지. 예전 가양동 살때 오피스텔 에어콘 실외기에 비둘기 부부가 둥지를 틀었었다. 덕분에 2년을 비둘기 덕에 고생을 했다. 그때 그 기억이 아찔하다.
어제 간만에 맥주를 한잔 마셨다. 머리가 띵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해야할 것들이 머리속을 맴돈다. 걱정인형은 돈걱정이라도 해주니 다행이다. 나는 또 다른 걱정을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결정장애가 생겼다. 모든 것들이 내 맘처럼 되지가 않는다. 광고에서처럼 내 맘대로 되는 건 고작 맥심커피 뿐인가.
베란다에 에스프레소 한잔 들고 나와 캠핑의자에 앉았다. 비는 살짝 그친 것 같다. 하지만 언제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다. 주말에 이렇게 흐리니 이번주 태닝계획도 물건너 갔구나 싶다. 날씨가 쌀쌀해서 어디 해변가에서 태닝오일 바르고 누워있지도 못하겠다 싶다. 차라리 비가 미친듯이 내리면 좀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비도 올듯말듯한 이런 꾸물꾸물한 날씨는 사람 기분을 엄청나게 다운시킨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이제 습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제습기 하나로는 부족한 날들이다. 꿉꿉한 빨래감들을 또 어떻게 말려야 하나 싶다. 그래서 제주는 동네마다 셀프빨래방이 인기다. 일반 주택가에 셀프빨래방이 몇군데나 있는데 그것도 항상 사람이 많다. 빨래를 돌리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한다. 어째서 이렇게 빨래방이 많을까 싶었는데 이게 다 습한 제주날씨때문이라는 것들 최근에야 알았다.
구름에 뒤덮힌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뜬금없이 하늘색이 #dddddd 컬러네 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수없는 직업병이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