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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May 19. 2015

혼자라도 괜찮아

37년산 독거(노)인, 내 얘기 좀 들어볼래?

결혼은 안해? 

노후가 걱정이 안돼?

애는 낳아봐야지. 

만나는 사람은 있고?


아마도 20대 후반쯤부터 싱글이라면 꾸준히 명절이나 오랫만의 모임에서 들어오던 멘트들이다. 내 대답따위는 궁금하지도 않은 저 식상한 멘트들이 듣기 싫어서 최근 3,4년 정도는 아예 명절에는 고향에도 가질 않고, 이젠 친구들도 유부클럽이 되어 모임들도 거의 없다보니 저런 멘트들도 들어본지 꽤 된듯 하다. 



독신주의.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습니다. 

나를 37년간 꾸준히 지켜본 권여사님(a.k.a 울엄마)은 이제는 살짝 내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니가 혼자라도 잘 해먹고 살 자신이 있어보이니 난 너의 신념과 의지를 응원한다. 라며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신다. 응?



자네는 꿈이 뭔가?

흡사 광고에서 나오는 면접이라던가, 결혼승낙을 받기 위해 간 여친집에서 장인어른이 물어보실 법한 질문을 예전 유닛장님이 면담 때 갑자기 물어보셨다. 

디자이너라면 제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어 어쩌고 저쩌고.. 디자인 리더로써 한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책임지고... 또는 내가 만든 상품이 대박나서 인생을 한큐에 어쩌고 하는.. 그런 얘기들은 하지 않았다. 지극히 소박하지만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부푼 내 꿈을 담담하게 말했다. 

잘 노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렇다. 내 꿈은 잘 노는 할머니다. 

백발이 되더라도 빠마아닌 커트 염색머리에 작지만 튼튼해 보이는 스쿠터(예를 들어 혼다 줌머같은) 하나에 서핑보드 또는 가라데 도복을 꽂아놓고(최근에 가라데를 배우기 시작했음) 동네 어귀 보도블럭에 발 하나 턱 걸치고 담배 하나를 꽁쳐물고 길 가던  젊은 할배를 후리는(?) 동네 잘 노는 할머니. 

한참 신이나 잘노는 할머니가 어떻게 노는 것이 잘 노는 것일까를 주저리주저리 떠들다가 유닛장님 한마디에 정신이 버쩍 들었다. 



잘 노는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준비를 할 생각인가?

그 면담 이후로 나는 조금은 진지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아직도 하고 있는 중이다. 마냥 철부지처럼 살아서는 잘 노는 할머니는 커녕 쭈굴쭈굴하고 고독하고 외롭기만한 노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은 위기감이 들었다. 



혼자라도 괜찮아. 

독거노인이라도 괜찮아. 

내세울만한 결론같은 건 딱히 없지만, 하고 싶은 건 하고, 배우고 싶은 건 배우고, 일에서든 생활에서든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서 하나씩 이루어나가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언젠간 혼자라도 괜찮은, 어디가서도 잘 노는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 부쩍 열중하고 있는 것들. 

체지방 20%이하로 복근 만들기. 

도복입고 하는 운동 하나쯤 배우기(가라데)

온동네 샐러드 찾아 삼만리. 



앞으로

잘 노는 할매가 꿈인,

혼자라도 괜찮은,

37세의 독거인의 은근한 취향 및 별거없는 일상 이야기를

브런치를 통해서 살살 풀어볼까 한다. 






이런 기승전브런치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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