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사님의 단어 선택
어릴적, 아마도 스무살 내외까지 권여사님은 나에게 "야이 건방진 똥덩어리같으니라고!" 라며 맨날 잔소리를 하거나 혼을 내곤 하셨다.
그때 당시는 그 잔소리 자체를 워낙에 짜증을 내며 받았던터라 딱히 저 단어 자체에 대해 그닥 궁금하지 않았었는데.. 스무살이 넘어가고 언제쯤부턴가 어째서 권여사님이 말하는 똥덩어리는 뭘까? 아니 거기다 '건방진'이라는 것까지 달아서 딸래미에게 뭐라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떨어져 살던 터라 쉽게 물어볼 기회가 없었고, 매번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지나가곤 했었다.
김명민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 똥.덩.어.리.라는 대사가 한참 뜨기 시작할때쯤 나는 이십년동안 들었던 권여사님의 멘트를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이십년간 모르고 들어오던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엄마, 엄마는 어릴때부터 나한테 건방진 똥덩어리같다고 얘기했잖아. 근데 똥덩어리야 뭐 그렇다치고 도대체 그 건방진 똥덩어리는 뭐야?"
"어? 그게 왜 갑자기 궁금하노?"(엄마는 대구사투리를 격하게 쓰신다)
"뭐 어릴 땐 그냥 들었는데 언젠가부터 왜 건방진이라는 거까지 붙는지 궁금하네. 게다가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겠고.."
"거 뭐 의미랄거까지 있나? 니가 맨날 톡톡 튀는 소리만 해싸코 까불고 말 안들어서 그랬지"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건방진게"
권여사님은 설겆이를 하며 돌아보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거 왜 똥을 싸고 말이다. 변기 물을 내리면 보통 호로록 하면서 잘 내려가잖아? 근데 가끔 잘 내려가는 척 하다가 꼭 한 덩어리 다시 떠오르는 거 있제? 기다렸다가 물 두번 내리게 하는 귀찮은 똥 덩어리. 그게 건방진 똥덩어리다. 니가 하도 말을 안 듣고 니 맘대로 까불고 두번 세번 말하게 하니까 그 건방진 똥덩어리같아서 내가 그래 불렀다아이가 "
이십년의 궁금증이 풀렸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