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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May 24. 2015

니가 뺄 살이 어디있다고?

권여사님의 고백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푸는 편이라 살이 금방 붙는 나는 2,3년에 한번씩 다이어트를 격하게 하는 편이다. 그러다 가끔 집에 내려가면 권여사님은 항상 같은 멘트로 날 반겨(?)주신다.

에헤이- 니가 뺄 살이 어디 있노?

고슴도치 엄마 입장에서는 간만에 내려온 딸에게 이것저것 맛있는 거 먹이고 싶은 마음이 컸을텐데 올때마다 다이어트 중이라고 헬쓱해진 얼굴로 들이밀다보니 권여사님은 늘상 걱정이 많다. 그 걱정어린 표정에 나도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곤 했다.


"딸아. 니는 이목구비가 뚜렷해가 살 안 빼도 이쁘데이, 먹는 건 그대로 먹고 조금씩 움직이면 살이 안 찐다. 니가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가지고 그렇지. 살이 찌는 체질은 아잉기라. 마 그놈의 스트레스가 문제다. 문제"

"아 정말 살 많이 쪘다니까. 하체비만이라서 살빼도 표가 잘 안나는 거 같아. 얼굴만 자꾸 빠지고.."

"에헤이. 니 다리 날씬한데 뭘 자꾸 뺄라카노. 더이상 빼지마라. 지금이 딱 좋다. 살 빼봐야 괜히 없어보이고 보잘 것 없어 뵌다"


어쩜 매번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래. 권여사님 말이 맞을 수도 있지. 의외로 남들보기엔 지금이 괜찮아보일지 몰라' 라고 생각하고 금새 정신을 놓고 마구 먹곤 했었다.


어느 날인가. 권여사님은 옆에서 빨래를 개고 난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티비를 보다가 살짝 선잠이 들었었는데, 그 와중에 내 종아리를 주물러 주는 권여사님의 손길이 느껴졌었다. 잠결이라도 권여사님이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지면서 슬쩍 깊이 잠들려는 찰나. 나즈막히 권여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딸아. (크게 한숨쉬며) 니 종아리 이거는 다이어트 백날 해봤자 안된다. 이거는 마 수술밖에 없니라. 엄마가 적금하나 들고 있으니까 그거 타면 종아리 축소수술이라도 시키주께. 아이고 이거 이거 참. (종아리를 주무르며)이거 마 수술한다고 될랑가 모르겠다. 이거를 우야믄 좋노"





권여사님의 충격고백.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다이어트 중이다.


이후 그 적금으로

본인의 무스탕(인가 뭔가를)을 구입하셨다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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