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집-강릉

귀촌 4년 차, 창 밖 풍경이 아름다운 강릉 자한재(自閒齋)

by 제니퍼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집] 귀촌의 꿈을 이루기까지 생생한 경험과 현실적 조언으로 미래를 준비해 보세요.


<주거로운 로컬생활> 매거진 4호로 소개드릴 곳은 대관령 산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진 백두대간의 중심부 '선자령'을 전망할 수 있는 강원도 강릉 성산면에 살고 있는 귀촌 4년 차 부부의 집 '자한재'입니다.

집주인 소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미래는 준비한 자의 것이다.]라는 신념을 강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흰머리 청년입니다.自閒齋(자한재 주인) 집주인의 강릉살이 소회가 잘 담긴 글로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2024년 1월 5일부로 강릉에 온 지 2년 만에

아내의 강릉살이 로망 中 마지막

과제인 썬룸을 끝냈습니다.

‘집 한 번 지으면 십 년은 늙는다’는

속설을 몸과 마음으로 겪고 지내온

시간이지만, 기쁨을 낳는

'의미 있는 고통'이라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이곳 自閒齋에 올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뻔뻔하고 재미있고 건강하게"

잘 살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요정의 달 영역...

높은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에

풍성한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9월!

우리 自閒齋에서만 볼 수 있는

슈퍼 블루문과 대관령 풍차로 모든 이의

건강과 마음의 풍요로움이 항상 가득하시기를.....

-자한재 주인장


Q. 어떻게 강릉으로 오게 되신 건가요?

"아내의 뜻을 따른 거예요. 2021년 10월 즈음이었죠. 아내가 강릉에 친구들이랑 놀러 간다고 하더니 토요일에 저를 오라고 하더군요. 이른바 임장이 시작된 거죠. 강릉에 있는 집을 여기저기 보러 다녔는 데.. 토요일에 두 군데, 일요일에 두 군데.. 시골집을 고르면서도 그냥 도시의 부동산 매매처럼 생각했던 거죠. 아내가 첫 번째 본집을 하고 싶다고 계약금 500만 원을 넣으라고 해서 계약금을 보냈습니다."

Q. 귀촌 준비는 얼마나 하셨나요?

"탐색은 귀촌 10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아내는 포항이 고향이에요. 애초 2016년을 퇴직으로 알고 2013년부터 준비했는데요. 정년이 연장돼서 2021년 퇴직을 하고, 2022년 2월에 강릉으로 이주를 했습니다."


Q. 서울 토박이신데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시골에서 적응을 해야 하니 미리 준비한 것은 텃밭을 일구며 살기 위해 '농부학교'에 다녔어요. 자연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숲해설사가 되고 실습도하고, 정년 연장이 돼서 준비기간이 더 길어지게 된 거죠. 숲해설사는 아내와 함께 준비했는데 아내는 유아숲지도사, 숲치유사까지 따더군요. 매우 오랜 기간 준비를 해서 귀촌을 했음에도 정착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Q. 리모델링 공사에 큰 어려움이 있어다고요?

"결정적인 실수는 시골집을 등기부등본만 떼 보고 매입을 한 거였어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발생했어요. 땅이 희한하게 정사각이 아닌 것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해야 는 문제가 계속 나왔어요. 앞집에서 보강토를 쌓는 일을 시작했는데요. 작업을 하던 앞집 주인이 이것도 불법 저것도 불법, 데크를 가리키며 저거도 불법... 기승전 불법이라는 거예요.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자와는 공사를 한다 안 한다 실랑이를 하게 돼서 청에 특정건축물 양성화를 통해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를 진행했죠. 애초 계획은 지역의 아파트를 얻어서 연착륙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농가를 매입했고, 리모델링을 하게 된 거죠. 일을 맡은 업자가 공사를 하다가 팽개치고 가버려서 한 달 후에 온다더니 안 오고 공사가 마무리 안된 상태로 지내다 보니 와이프랑 싸우기도 했습니다.

특정건축물 양성화란, 건축법 등에 적합하지 않게 건축된 건축물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합법적으로 사용승인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 불법 건축물을 한시적으로 합법화해 주는 것입니다.


Q. 사전에 세운 원칙이 있었다면서요?

"첫째, 자연이 좋아야 한다. (병풍처럼 아름다운 산 뷰+ 바다까지 차로 20분 거리)

둘째, 병원 20분 거리에 있어야 한다. (아산강릉병원-종합병원)

셋째, 대중교통의 인접성 (ktx 강릉역)

이 세 가지 원칙은 다 충족했으니까 계약을 한 거죠.(웃음) 그리고 집 근처에 철탑이 없어야 하고, 축사가 없어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지켰습니다."


귀촌을 위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준비했지만 막상 현지에 와서 적응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지금 와서 실수한 것이 뭔가 여쭤보니 여기로 오기를 정했다면 빈집이 많으니 한 달 살이 등 방법으로 동네를 경험하면서 알음알음 탐색기간을 가졌다면 적응이 훨씬 수월 했을 것이라고 하네요. 정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동네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도움을 받거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 반상회에 참여해서 사정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선뜻 도움을 주겠다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알고 보니 부부가 서로 나이가 동갑인 거죠. 취향도 비슷하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좋은 이웃을 만들게 되었고,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이웃 덕분에 그 마을에 남았다고 생각을 했어요. 벽에 못도 안 박아 봤는데.. 그래서 배우려고 공방에 다니기도 했어요.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저를 도와준 사람은 원주민이 아니었고 저처럼 외지에서 온 사람이었어요. 본인도 텃세를 경험했다 보니 지난 2년 반동안 그 친구 부부의 도움을 엄청 많이 받게 되었죠."


아주 작은 마을이라서 15 가구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은 동네에서 4 가구 정도가 친하게 지낸다고 합니다. 모두 귀촌한 사람들이라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웠을 것 같아요. 함께 산에도 다니고 바깥사람끼리 안사람끼리 따로 또 같이 어울리게 되니 요즘은 정착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네요.

당호 자한재(自閒齋)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인데 한 마리는 길냥이예요. 밥도 주고 물도 주는 일로 일과를 시작하죠.

아침을 먹고 강릉시내로 가서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고요. 운동 후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책을 보다가 오후 3시쯤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일거리가 있으면 하고 없으면 책을 보고,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 후 하루를 마무리하죠"

Q. 버킷리스트가 있었다고요?
"어반스케치, 서예,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어요.

처음엔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클래스에 참여했는데, 더 배우고 싶어서 어반스케치는 화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서예는 매일 갔었고요. 지금은 어반스케치와 오카리나만 주 1회씩 다니고 있어요. 어반스케치와 오카리나는 아내와 같이 다니고 서예와 피트니스는 따로 즐기고 있습니다."


Q. 식사는 주로 어떻게 하시나요?

아침 식사는 제가 준비해요. 토마토 갈아서 주스 만들고, 달걀과 견과류로 간단히 준비하죠. 점심은 각자 알아서 먹고, 저녁은 아내가 준비해서 함께 먹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

Q. 창덕궁에서 문화해설사도 하셨잖아요?

"그때 제가 말씀드린 게 정년이 연장이 됐잖아요. 55세에서 60세로 연장이 됐어요." 제 나이 때부터 그래 가지고 중간에 텀이 생긴 거예요. 주중에는 직장을 다니니까 주말에 뭔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돈도 중요하지만 내가 즐길 수 있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더 소중하다 생각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을 한 거예요."

Q. 은퇴 이후 여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 키워드가 있는데 건강을 위한 활동이 한 축이고, 여가 생활이 또한 축이예요. 두 개의 축이 있는 거예요. 건강을 위한 활동은 헬스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가드닝을 하거나 건강한 밥상을 위한 텃밭이나 산약초 등을 챙겨서 하고 있고요. 여가 생활은 어반 스케치와 오카리나 그다음에 사진 찍기를 즐겨하고 있어요. 이 두 가지가 잘 발란스를 이뤄야지만 여기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늘 같은 경우도 오전에 어반 스케치 갔다 오고 오후에 와서 지금 텃밭이에요. 와이프가 시민 꽃밭 준비하는 게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서울에 있는 집은 바로 정리하셨나요?

"그때가 저희가 이사하고자 했을 때 그 집을 팔았는데 우리 아내가 받고자 하는 가격이 있었는데... 그게 안되니까 이제 집사람은 그냥 그 전세 놓고 가자 했는데 제가 그때 이왕 가는 거 그냥 팍 가버리자. 서울에 미련 두고 하지 말자 했죠. 그래서 팔았는데 그때가 피크였어요! 그 후 한 3~4억이 떨어졌으니까..."


처음에는 연착륙하려고 강릉 시내 아파트 전세도 얻고 했는데 지금은 다 정리했어요. 지금은 오로지 여기 하나밖에 없어요. 서울 아파트 정리하는 데까지 6개월 정도 걸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도시에 아파트 하나를 두고 있는 게 어떠냐?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는 그런 게 싫어 가지고요. 여기 집도 내 거 아니에요. 우리 와이프 거죠.(웃음)"


Q. 퇴직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요?

"그 사람들한테 절대 회사 일만 열심히 하지 말라고 얘기해 줘요. 근데 내 아무리 우리 후배들한테 그거 얘기해도 내 얘기 안 들으려고 해요. 나중에 경험을 해봐야 돼요. 어쩔 수 없는 케이스인데 그게 좀 아쉽더라고요. 제가 후배들에게도 얘기하는 게 처음에 100% 했다면, 은퇴 3년 전인 전직지원 교육을 받을 때 되면은 한 80%, 나중에 은퇴할 때쯤 되면 30% 만 하고 본인 앞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죠. 미리 학습을 철저히 해야 은퇴 후 적응이 자연스러울 수 있어요."


Q. 은퇴 전에 뭘 준비하면 좋을까요?

"입으로 아무리 얘기를 한들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거든요. 예를 들어서 못 질 한번 안 해보고 살았다면 이제 그걸 하기 위해서 목공을 사전에 배우면 좋죠.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오는 것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배워야 해요. 최소한 드릴이라도 만질 줄 알아야죠. 그냥 열심히 일하다가 집 사서 오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뭘 하려고 하면 사람 불러야 돼요. 뭘 좀 알아야 업자한테 당하는 일도 없는 거죠. 사전에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만큼만 이렇게 조금이라도 감각을 익히고 하면 좋습니다."


Q. 뭔가 계속 고치고 할 일이 생기나요?

"지금도 옥상에 방수 처리 작업을 직접 하고 있는데요. 친구가 여러가지 조언도 해주고 제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해주기도 한답니다. 이곳의 삶은 그렇게 다 일일이 해야 하는 거죠. 나처럼 서울 살면서 아파트에서 못도 한 번 안 박아 보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오면 결국에는 돈을 들여서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친구가 없었다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인데... 이젠 저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어요."


Q. 슬기로운 귀촌생활을 소개해준다면요?

"가드닝 하는 거 배우고 있는데요. 교수님이 그러더군요. 절대 집사람한테 귀촌하자고 얘기하지 말고 정원 가꾸러 가자고 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들이 그래도 귀촌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좋은 업자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업자를 쓰더라도 회사 일 하듯이 여러 가지 사방팔방 감안을 해야 돼요.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견적도 세부 견적까지 따져보고 검토하고 금액도 또 다른 업체랑 비교해 봐야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생활은 마음 깊숙이 평온하고 평화로운 나날입니다. "


끝으로 自閒齋(자한재) 주인장의 이야기로 매거진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썬룸 창 너머로 펼쳐진 선자령의 능선,

그 위로 흐르는 구름과 드넓은 하늘빛,

능선 위로 조용히 돌아가는 열두 개의 바람개비...

그 고요한 풍경을 배경 삼아

비가 조심스레 내려앉고,

이윽고 눈발이 흩날리며 대지를 감쌉니다.

창밖엔 꽃이 피고, 나무와 풀잎이 속삭이며,

곳곳에서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모든 자연의 결이 어우러진 풍광 속에서,

텃밭의 작물과 산야초는

매일의 밥상 위로 건강을 채워주고,

그 삶을 옆구리에 품은 채 살아가는 지금,

참으로 ‘자연과 더불어 한갓지게 보내는 집’이라는

우리 집 당호, **自閒齋(자한재)의 뜻처럼

마음 깊숙이 평온하고, 평화로운 나날입니다.


$ 주거로운 로컬생활 with 유진

이 매거진은 편집자의 순수한 취재 기록물입니다.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이 주거를 염두에 두고 지역을 탐색할 때 필요한 정보로 실제 귀촌 사례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여가의 활용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슬기로운 여가생활'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만남이 가장 좋은 여가의 시작이라 도시민들과 지역의 연결을 촉진하는 다양한 컨설팅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매력을 넘어 그 공간을 살뜰하게 운영하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 편집자 노유진 주요 약력

-現 전직지원 강사/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現 컨설턴트/ 농촌 체험 관광상품 개발 컨설팅
-前 노는법 운영팀 팀장/ (주)바바그라운드
-前 중장년 관광일자리 PM/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사장 표창장 (2020년)

-'모두의 팀장', '모두가 플레이어' 공동 저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룻밤 꼭 묵어보면 좋은 집-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