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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Sep 07. 2021

팔베개해달라는 냥이

믿거나 말거나

동거 1년 2개월째

뭐랄까?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알쏭달쏭한 녀석이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으면 받을 게 있는 사람처럼 당당하게 마우스를 잡은 내 손밑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어서 쓰다듬으란.

무도 당당한 것이 돈 받으러 온 일수꾼 같다.

바빠서 툭 밀면 삐진 것처럼 엉덩이를 보여주며 테이블 귀퉁이에 자리 잡는다.

뒤태를 보여주고 한참이나 얌전히 앉아있다가 슬그머니 몸을 돌리고 찬스를 노린다.

웬만하면 나랑 잠깐 놀자?

이런 말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잠시라도 쓰담 쓰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슬금슬금 다가와서 마우스를 쥔 내 팔 옆에 비집고 자리를 잡는다.


어느 날은 야멸차게 바쁘다는 손짓을 하면 잠시 망설이다 테이블 아래로 톡 내려간다.

서운한 마음이 드는지 의자 다리를 벅벅 긁으며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또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기라도 하면 다리에 부비부비를 하며 쫄쫄 따라온다.

성격이 좋은 건지 건망증인지 내가 변덕을 부려도 심하게 삐지는 법이 없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50 평생 처음이다.

그 이유도 궁여지책으로 고양이를 만난 터라 이런 고양이의 성정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두 달 전 딸아이와 여행을 가려는데 마땅히 부탁할 곳이 없어 처음으로 고양이 호텔에 맡긴 적이 있다.

3박 4일을 맡겼는데.. 사흘간 단식투쟁을 했다.

고양이는 영역이 바뀔 경우 매우 예민해지는데 보통 하루 이틀 굶는 애들은 있어도 3일간 아무것도 안 먹는 애들은 없었다고 한다.


그일 이후로 2~3일 정도 집을 비울 때는 자율 급식기와 화장실을 한 개 더 만들어 두고 다녀왔다.

혼자서 집도 잘 보고 큰 말썽 없이 잘 지낸다.


나를 집사의 세계로 이끈 직장동료 은매님은 고양이랑 대화를 한다고 했다.

별의별 얘기를 다 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삐져서 문을 쾅 닫고 들어간 사춘기 딸아이 행동에 당황하다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솜이랑 진지한 대화를 곧 시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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