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전주 집에 4남매가 모였다. 아빠도 먼 길을 떠나셔서 빈집이 된 지 곧 1년이 돼 간다.
태풍이 오기 전에 빈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단속하고 청소도 하고 이 집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상의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걸어 들어오면서 "여기가 우리 집다"이라던 엄마의 달뜬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이 낡은 집에서 40년을 넘게 살았고, 부모님의 마지막 집이 되었다.
모래내 시장 통 뒷골목이라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세를 달라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고, 막내 아는 사람이 빈집으로 놔두느니 사용하고 싶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리 4남매 모두 이 집을 가지고 돈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빈집으로 놔두면 집이 너무 망가질 수 있고 세를 놓자니 손을 많이 대야 하는 모양새라 지난여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태 빈 집으로 두었던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이라서 누구든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집을 관리하게 맡기는 게 어떠냐는 쪽으로 이야기가 기울었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부모님이 남겨주신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싶은 생각이 꿈틀거렸다.
가족들에게 내가 이 공간에 투자해서 부가가치를 만들고 싶으니 모두 동의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의 집에서 '47년 된 집의 대변신'이란 리모델링 영상을 찾아봤다. 나는 이 집을 리모델링하고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소속돼 있는 회사의 대표님이 함께 검토하고 진행을 도와주기로 하셨고, 오늘 대표님이 건축 관련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서 상태를 점검하고 실측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주 모래내 시장 골목집,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스토리가 있는 집, 하룻밤 묵고 싶은 그런 집을 만들 것이다. 특히 엄마를 추억하기 좋은 그런 집을 만들 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골목집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