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않는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있다.
업로드 버튼을 누르기 전, 잠깐 멈추는 순간.
이 글을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이 일을 계속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로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둔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장면을 여러 번 지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나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보통 결과부터 묻는다.
얼마나 팔렸는지, 얼마나 반응을 얻었는지, 언제쯤 ‘될 것 같은지‘.
나도 그 질문을 모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 자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왜 계속하지?
처음엔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의미를 붙이고, 미래를 상상하고, 언젠가 돌아올 보상을 계산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든 설명이 점점 힘을 잃었다.
결과가 없을 때는 그럴듯한 이유들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꿈이라는 말도, 가능성이라는 단어도, ‘조금만 더 하면’이라는 희망도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럼에도 남는 건 아주 단순한 사실 하나였다.
나는 이걸 하는 사람이라는 것.
잘돼서 하는 게 아니라 이걸 하고 있는 상태가 나를 나로 만들고 있다는 감각.
그게 사라지면 오히려 더 이상해질 것 같다는 불편함.
결과 중심의 세계에서는 이런 태도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방향을 틀어야 할 시점이고, 전략을 바꿔야 할 순간이며, 어쩌면 포기해야 할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그 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이 같은 이유로 같은 속도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어떤 사람은 보상이 있어야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박수가 있어야 힘이 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없어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쪽을 선택한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아직 안 된 것들이 쌓여 있다.
아직 팔리지 않은 제품, 조용한 계정, 반응 없는 글들.
이 목록을 실패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끔 이것들을 발효 중인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맛을 내지 못했을 뿐, 망가진 건 아니라는 쪽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둔다.
계속한다는 건 의욕이 넘친다는 뜻도 아니고 늘 확신이 있다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날은 의심하면서, 피곤해하면서,
그래도 손을 놓지 않는 쪽에 가깝다.
그 선택이 언제 옳았는지는 아마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끝까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결과보다 먼저 이 시간을 통과하고 싶다.
아무도 증명해주지 않는 시간,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과정 속에서 내 태도가 어떤 모양으로 남는지를 확인하고 싶다.
오늘도 결과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