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
응 잘자.
잊은 말 없어?
...사..휴..
아니 나 못하겠어. 그만하자 우리. 우리 이제 만난 지 한 달이나 됐나? 뭐 그래 소개팅해서 처음 만났을 때까지 치면 두 달은 넘었겠지. 근데 모르겠어 사실. 널 사랑하는지 아니 좋아는 하는지. 솔직히 말해서 나도 노력은 했는데 너를 더 좋아해 보려고, 너랑 사랑이라는 걸 해야지 했는데. 근데 못하겠다 안할래 그냥.
너한테 미안스럽지만 좀 더 깊게 고백할게. 나 지금처럼 막 노력하다가 실패한 게 요 몇 년간 몇 번인지 모르겠다. 매번 소개팅이니 뭐니 처음엔 호감으로 시작을 해. 너무 신중해서, 혹시나 같은 실수를 해 상처를 줄까 봐 상대방이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충분히 생각하고 만나자 말을 꺼냈었어. 너도 그랬고. 그리고 몇 번 연애를 하긴 하는데 문제는 그 연애가 좋지도 싫지도 않은데 항상 의무적이었던 느낌이야. 열한 시만 되면 퇴근하는 것처럼 집에 가서 혼자 쉬고 싶어. 그리고 그게 반복되고 고민하다 맘대로 결론짓지. ‘아 나 별로 안 좋아하나 봐. 그래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게 되겠어’ 하고 포기. 반복. 그런 관계들. 이게 몇 년간의 나의 루틴이었어. 그리고 결국 지금 우리 관계도 그런 것 같아. 또 이렇게 되어버렸네. 후회는 하겠지 또.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나 이제는 나이도 먹을만치 먹었고, 기필코 이번에는 이런 고비를 넘기리라, 한번 더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참아내 정으로라도 포장된 사랑을 쟁취할 것이다. 그리고 원 없이 사랑한다 소리칠 것이다 라고 몇 번을 다짐했는데. 아무래도 도저히 역겨워서 안 되겠어 내가. 이제는 노력에 대한 의심을 넘어서, 그냥 노력하는 나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널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입이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그냥 이러고 있는 내가 싫어. 역겨워. 아니야 우리 관계가 아직인 건지 모르겠다 말한다는 건 더 슬플 거 같아. 그러니까 너 혹시나 더 정들어서 아프기 전에 싹수가 노란 나를 잘라내. 알아 그래 나는 병신이야 병신. 그러니까 나 같은 병신 만나지 말고 우리 그만하자. 나 병신은 그냥 아무래도 혼자되는 게 더 세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미안해. 잘 지내고.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