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많이 낀 어느 흐린 날, 연남동에 있는 카페.
영화잡지 "무릎과 잡지 사이" 기자와 영화감독 오민욱이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잡지사 인터뷰어(이하 인터뷰어): 안녕하세요. 이번에 제1회 통가 국제 환경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휩쓸어 K 단편영화를 저 멀리 남태평양까지 알리신 오민욱 감독님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민욱 감독(이하 오민욱): 안녕하세요. 이번에 말 그대로 K 단편을 통가에까지 알리고 온 감독 오민욱입니다.
인터뷰어: 귀국은 언제 하셨지요?
오민욱: 돌고 돌아 어젯밤에 했습니다. 피곤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 인터뷰 취소할까 하다가 그래도 잡지에 얼굴도 실린다고 해서 박카스에 우루사 두 알 먹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인터뷰어: 이번 제1회 통가 국제 환경 단편영화제는 어떠셨는지요? 최우수 작품상에 감독상 주요 부문에서 모두 상을 타셨는데요. 예상은 하셨나요?
오민욱: 맞습니다. 싹 다 탔습니다. 그러니까 대단한 것이지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출품된 작품들을 보니 UN에 가입된 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제 것 외엔 단 한 편도 없더라고요.
인터뷰어: 총 몇 편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요?
오민욱: 이번 영화제는 통가 정부에서 주최한 것이고 통가는 평등을 주권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라고 하더라고요. 평등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나라를 파는 게 낫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정도니까요. 암튼 그래서 출품된 작품은 모두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그런 짓거리를, 아니 그런 결정을 주최자 측에서 내렸습니다.
인터뷰어: 아무래도 국제영화제이니 많은 작품이 경쟁했겠어요?
오민욱: 대단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무려 11편이나 출품됐는데, 싹 다 경쟁 부문에 진출해 버리는 그런 짓을, 아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중 한 편은 출품된 DVD 표면이 다 긁혀서 까만 화면만 뜨는 데도 “지구의 미래”라고 제목을 붙여 상영하더라고요. 더 놀라운 건 오디오도 없는 8분짜리 시커먼 영상이 끝나자마자, 현지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9분간 기립박수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제 영화 “쓰레기 버리는 쓰레기“는 14분짜리였는데, 15분 기립박수 치는 거 확인하고 곧바로 귀국 비행기 타려고 그 자릴 떴습니다. 관객 수십여 명이 공항까지 따라왔는데, 그중엔 맹인으로 보이는 남성들 서너 명까지 있더라고요. 그 패거리들이 다시 5분 정도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니 총 20분 박수받은 것이죠.
인터뷰어: 이번 영화제가 환경영화제인데 감독님께선 평상시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오민욱: 당연합니다. 전 자나 깨나 오로지 환경만을 생각합니다. 머리도 웬만큼 가렵지 않은 이상 감지 않습니다. 냄새 좀 풍기면 어떻습니까. 큰걸 위해 작은 걸 희생할 줄 아는 그런 마인드, 그게 제 마인드입니다. 물론 와이프가 머리카락 싹 다 밀어버린다고 바리깡 들고 날뛰면 그땐 감습니다만.
오민욱, 머리를 넘기는데 엉겨 붙어 잘 넘어가질 않는다. 인터뷰어, 냄새가 나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급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인터뷰어: 지금까지 오민욱 감독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