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대학로에 있는 커피숍, 창가 테이블
시간: 오후 6시경. 초여름. 실내에는 The Ronettes의 "Be My Baby"가 흐른다.
윤정(들숨을 쉬며): 정말이지... 제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이 작업을 하는 순간만큼은 즐겁지만, 어떻게 얘길 해야 하나... 이것만으론 제 영혼 깊은 곳에서 소원하는 어떤 갈망을 채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이) 근데 웃기는 건, 내가 뭔가를 갈망은 하는데, 그게 뭔지를 정확히 모르겠다는 거예요.
민태(날숨을 쉬며): 그렇구나. (사이) 실은 나도 그래... 사람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으쌰으쌰 소리치고,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땐 내 정수리 위로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 윤정(들숨을 쉬며): 그런 기분이 들 때는 어떻게 하세요?
민태(날숨을 쉬며): 소주를 마셔. 참이슬 빨간 뚜껑으로. 그럼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괜찮아져. 히쭉히쭉 웃음도 나오고 때론 훌쩍훌쩍 눈물도 나고. 좋은 방법이야.
윤정(한숨을 쉬며): 그럼 저도 그래야겠네요. 많은 물음표들을 술로 지워버려야겠어요.
민태: 그래... 다 그런 거야... 다들 그렇게 살고 있고... 그게 맞는 거야...
두 사람,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형형색색 네온 불빛을 토해내는 거리, 윤정의 앞머리가 바람에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