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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후각으로 소통해요

by 유진Jang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신촌역 사거리에 위치한 커피숍. 실내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Gatlin의 "Talking to Myself". 거리엔 진눈깨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구경민과 정서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구경민은 후각 예술 작가, 정서희는 월간지 "여성의 향기" 기자이다.


구경민이 커피 머그잔을 놓고 말한다. "그렇습니다. 원래는 대학에서 시각 예술을 전공했습니다. 제 눈으로 볼 수 있고, 제 눈에 투영되는, 그런 저만의 세계를 시각 예술이란 이름으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졸업을 며칠 앞두고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나에겐 일감이 아닌 오감이 있다. 시각은 그중 하나의 감각에 불과하다.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사용하고, 다른 감각에 어필하는 예술을 하고 싶다. 그래서 생각한 게 후각 예술입니다. 후각에, 후각에 의한, 후각을 위한 예술. 근데 한국에선 후각 예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더군요. 수소문 끝에 찾아낸 곳이 아프리카 가봉에 있는 후각 예술 대학이었습니다. 그곳에 원서를 이메일로 보냈고, 보낸 지 정확히 14분 만에 차석으로 합격했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화장실 가서 토일렛통 붙들고 울었습니다. 저는 당장 짐을 싸 가봉으로 날아갔습니다. 잠시만요. 물 좀 마시고요. (사이) 아 진짜.. 냄새가... 여기 물맛이 완전 꽝이네. 수돗물을 줬어. 누구 코를 속이려고.. 죄송합니다. 얘길 계속하죠. 근데 그곳에서 뭘 배우냐고요? 지난 학기엔 당나귀와 얼룩말 배설물 냄새를 구분하는 걸 배웠습니다. 냄새가 장난 아니데요. 수업하다가 교수와 학생이 동시에 기절하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이번 학기엔 코뿔소와 코끼리 대변 냄새 구분하는 걸 배우는데, 아주 죽겠습니다. 그래도 꿈이 있기에 밤낮으로 코를 갖다 대고 있습니다. 꿈이 뭐냐고요? 제 꿈은 이곳 서울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오직 맡을 수만 있는, 후각 예술 뮤지엄을 떡하니 하나 차리는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코끝이 짜릿하네요. 아무튼 편견 없이 다양한 냄새 많이 맡아주시고, 후각 예술 많이 사랑해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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