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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 서울은 유럽식으로 세 번 웃긴다

by 유진Jang

1. 서울 마포구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빼빼 마른 육십 대 남자가 식사를 마치고 나온다. 그는 쩝쩝대며 초록색 녹말 이쑤시개로 이를 쑤신다. 그 옆에 있는 카페의 광고 배너가 보인다. "책 읽으며 차 마시는, 기품 있는 잉글랜드 귀족 스타일 카페"


2. 서울 강남구

미세먼지를 미세하게 가르며 달리는 시내버스. 7개월 전 집 나간 남편이 순간 생각났던지, 여성 버스기사가 미간을 구기며 속도를 낸다. 이때 버스 스피커에서 광고가 흘러나온다. "이태리 밀라노 스타일의 세련된 VIP 웨딩홀. 금관 예식장"


3. 서울 종로구

서울에서 두 번째로 번화한 거리에 있는 중고서점. 한쪽 눈을 감고 봐도 전형적인 한국 여자. 그녀가 구매할 책을 들고 서 있다. 여자의 책은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 그녀의 뒤에는 회색 두루마기를 걸친 칠십 대 한국 남자가, 팔려는 책 몇 권을 든 채 45도 위쪽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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