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태우리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어.
고집불통으로, 옆 동네까지 악명 높았던 내가.
잭애스(jackass)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한, 그런 내가 그를 태우게 되다니.
이건 나만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 당나귀 가문의 영광이지.
어떤 늠름한 말보다도 내가 선택되었다는 건,
8월 초 경북대 캠퍼스에 함박눈이 내리는 것만큼 기이하고 아름다운 일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어젯밤 히히힝히히힝 울부짖어서,
주인이 나를 목욕이라도 시키게 했을 텐데.
데오드란트도 없고, 리스테린 같은 것도 없이,
냄새 풀풀 나는 나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지.
그렇지만 이제부터 나는, 내가 말이 아니라 나귀라는 사실도,
내 배와 다리에서 지린내가 난다는 진실도, 더 이상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거야.
이제는 알겠어. 이 수치심은, 그날, 그들의 죄악으로부터 온 것이었어.
우주여, 자연이여, 인간들이여—
너희는 아는가? 내 등에 올라탄 이가 누구인지.
그는, 영원한 현재이자 완전한 자유, 사랑의 근원이자, 엄중한 심판.
빛으로부터 나온 빛이면서, 바람에 흩날리는 또 다른 바람.
오,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산문시이면서, 가장 처절한 가곡이군요.
군중들은 그를 향해 환호했지만,
그의 낯빛은 그 환호를 즐기고 있는 것 같지 않았어.
그리고, 그 순간—
내 등에 떨어진, 그의 눈물 몇 방울.
그 차가운 감촉은 오직 나만 느낄 수 있었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눈물이 닿는 순간,
내 등뼈가 다 녹아내릴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어.
나는 그를 따라 걸었지. 메아리치던 갈채 속에서,
나 혼자만의,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