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레프트훅 다음에 어퍼컷

by 유진Jang


호철과 미영이 신촌에 위치한 “Carver”에서 돈가스와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UB40의 “Can't Help Falling In Love”가 실내에 낮은 볼륨으로 울려 퍼진다. 그들은 2층 창가 테이블에 앉아있다. 창밖으로 거리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미영(오므라이스를 조금 먹고): 그나저나 오빠, 시나리오 쓰는 건 잘 돼?

호철:(돈가스 한 피스를 먹은 뒤): 마무리 단계야. 느낌이 무척 좋아.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낚시가 금지된 저수지에서 월척을 낚은 듯한, 그런 전율이 흘러.

미영(미소를 지으며): 제목이 뭐야?

호철(맥주를 마신 후): “레프트훅 다음에 어퍼컷”이라고... 권투선수 얘기야. 한국챔피언을 꿈꾸는 무명의 복서 얘기인데, 코미디야.

미영: 또 코미디야? 지난번에도 코미디로 썼다가 영화 찍지도 못했잖아. 다른 장르로 한 번 도전해 보지.

호철(검지를 흔들며): 시나리오란 게 이런 장르로 써봐야지 한다고 써지는 게 아니야.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코미디는 무조건 웃긴 게 아니야. 웃기면서도 그 속에 슬픔이 녹아있고, 페이소스가 돈가스소스처럼 스며있는 그런 영화라고...

미영: 영화줄거리가 어떻게 되는데?

호철(사이를 두었다가): 음... 주인공인 김희영은 라이트헤비급 권투선수야. 전적은 별로 좋지 않아. 5전 2승 3패. 하지만 그래도 그는 체육관에서 먹고 자면서 챔피언이 되는 꿈을 키워. 그는 여자친구인 윤정이 체육관을 찾아와도 잘 만나주지도 않다가 챔피언이 되어 널 당당하게 만나고 싶어,라고 선언해. 그러자 윤정이 그래? 그럼 그냥 헤어지자, 라며 가버려. 아차, 싶은 김희영은 그때부터 하루가 멀다 그녀에게 전화해 돌아와 달라며 울고불고 애걸복걸을 해. 그러던 어느 날, 윤정은 집 앞 놀이터 벤치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잠든 김희영을 깨운 후, 니가 챔피언이 되면 그때 만나자,라고 해. 윤정의 말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체육관으로 달려가지. 이젠 그에게 챔피언이 돼야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 거야. 이겨야만 하는 뚜렷한 이유가 생긴 거지.

미영(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래서?

호철: 마침내 김희영의 6번째 경기가 고양체육관에서 열려. 근데 그와 맞붙는 상대선수도 전적이 그저 그래. 10전 4승 6패. 자신감을 갖고 링에 오른 김희영이 윤정을 찾기 위해 링주위를 살피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온다고 하던 그녀는 보이질 않아. 그런데 웃기는 건 상대선수도 누굴 찾는지 관중석을 두리번거리는 거야. 두 선수가 똑같이 승질난 얼굴로 시합종이 울리길 기다려. 종이 울리자 두 선수는 1라운드부터 난타전을 벌여. 그러다 1라운드 종료직전 상대선수가 짜증 나! 소릴 버럭 지르며 김희영의 급소를 라이트훅으로 강타해.

미영: 그거 반칙 아니야?

호철: 당연히 반칙이지. 김희영은 커겅컹, 무슨 들개 짖는 소리 비슷한 걸 내며 쓰러지지.


그의 말에 미영이 콜라를 마시다 프읍,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호철: 급소를 움켜쥔 김희영이 링바닥을 기어 다니는 장면이 나가면서 교차적으로 그가 구슬땀을 흘리며 샌드백을 두드리던 장면, 체육관에서 밤에 안성탕면 끓여 먹던 모습, 여자친구와 한강고수부지에서 자전거를 타던 장면이 자크루시에가 연주한 “G선상의 아리아”와 함께 슬로모션으로 보여져. 그리고 서서히 블랙화면으로 Fade Out 되면서 영화는 끝이나. 어때?


미영, 대답을 못하고 킥킥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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