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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Jang Oct 17. 2024

오거리 버스킹 걸

백일몽을 깨우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출처는 신촌 오거리.

뿌연 그리움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당신.
제법 출중한 가창 실력, 살며시 드러나는 잇몸,

수줍은 음영 몇몇이 실존을 투영한다.         

벗의 입 속으로 몇 끼는 사 먹을 만한 지폐가 쌓인다.

그를 궁금해하는 것과 그를 그리워하는 것은 다른 것.

그렇다, 당신의 눈동자와 입술에 스며든 파란 불빛은 달빛이 아니다.
건너편 고깃집에서 냄새를 풍기며 날아온 유령, 당신의 목덜미에 키스한다.

그는 당신의 음정 진동수를 두 배로 올린다.

우효의 노래를 끝내고 이제 자작곡을 부르는데, 노래 제목이 영원.
하지만 당신은 영원에 대한 관념은 있어도 그것에 대한 소망은 없다.

영원한 영원, 공간을 가득 채우는 포효, 우르릉 콰쾅쾅 터지는 대폭발,
산산이 조각나 흩어진 그 시간들, 그 순간들, 파란 달빛을 뚫고 당신의 역사 속으로 떨어지고,


당신은 당신 부모의 흔적, 당신 부모는 당신 조부모의 흔적,
존재의 토대 위로 떨어진 상처 난 파편들, 영원으로부터 파생된 찰나의 미소.

그렇다, 당신은 지금 그를 바라보며 영원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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